박종일 기자

예술가가 비즈니스를 한다고 해서 흉이 되는 시절은 지났다. 팝아트 선구자 앤디 워홀이 ‘예술은 비즈니스고, 비즈니스는 예술이다’라고 선언한 1960년대 이래 많은 예술가들이 기업과 아트 컬래버레이션(Art Collaboration)을 펼치거나 장르의 벽을 허무는 협업을 통해 활발한 비즈니스를 펼쳐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예술가들은 다른 분야의 직업군에 비해 가난하다. 특히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예술활동이 위축되면서 예술가들의 형편은 그 어느 때 보다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의 예술인 총 5천1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 예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예술인이 예술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연 수입은 평균 755만 원으로 코로나 이전(1천281만 원)보다 526만 원(41%) 감소했다. 예술활동으로 인한 수입이 전혀 없는 경우도 41.3%로 높게 나타나 코로나 이전의 28.8%보다 크게 늘었다.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예술가 비중도 2018년 72.7%에서 86.6%로 늘었다. 

춘천문화재단의 춘천 예술인 현황에 따르면 2021년 8월 기준 예술활동이 증명된 춘천의 예술가는 총 786명이다. 이들도 대부분 기초 및 광역 문화재단 등의 지원에 의존하거나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생계비와 창작자금을 충당한다. 

굳이 ‘예술은 비즈니스다’라는 반세기 전 거장의 말에 기대지 않더라도, 예술가들도 자생을 위해 노력할 때가 왔다. 물론 상업주의를 멀리하고 예술성을 극대화하는 태도도 존중받아야 하고, 정부 및 지자체의 꼼꼼하고 폭넓은 지원도 독려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을 예술가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물론 비즈니스 감각과 노하우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마침 예술가들이 폭넓게 교류하며 비즈니스 감각을 갖추기 위한 토대가 될 거점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양로4가 106-1번지에 조성된 ‘아트살롱 썸’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기획자, 활동가들이 교류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영감을 얻기 위한 거점 공간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4월 ‘예술소통공간 곳’에 마련된 춘천아트라운지의 역할 중 하나는, 지역의 기업이 컬래버레이션을 원하는 지역 예술가들을 소개해주는 것이다. 

참고할만한 협업모델도 있다. 최근 춘천의 로컬크리에이터들은 춘천의 ‘물’을 주제로 춘천기념품키트를 제작했다. 이들은 문학, 비누, 커피, 맥주, 시각예술 등 상이한 아이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은 규모의 로컬사업체들과 예술가들이다. 기념품은 로컬과 사람을 담은 스토리를 예술성 가득한 디자인으로 담아냈다. 

지역 밖으로 눈을 돌리면 최근 모 화장품 브랜드와 화가는 코로나 극복의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손 세정제에 이순신 장군이 마스크를 쓴 그림을 용기에 활용하여 큰 화제를 모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판로 개척을 위해 마스크에 디자인을 입힌 ‘디자인콜라보 패션마스크 프로젝트’를 새로운 상생협력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예술가들과 단체는 서로 교류하며 비즈니스 감각을 깨우고, 또한 여러 공연과 전시회에 기업 관계자들을 초대하여 교류해야 한다. 기업들도 새로운 활력을 위해 지역의 많은 예술자원에 눈을 돌려야 한다. 춘천시는 기업박람회 등에 춘천 소재 기업과 예술가들의 컬래버레이션의 장을 마련하고 세제혜택을 주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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