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경험해 보지 못한 상상 속 이야기를 통해 희망보다는 현실에 대한 애착이 더더욱 생기는 그러한 책이었다.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1월 모임이 연기되었고, 2월에 이르러 3차 백신 접종을 마친 춘사톡톡* 회원들은 총회를 거쳐 조심스레 책 모임을 소담히 열 수 있었다.

안나...  

폐쇄된 우주정거장에서 슬렌포니아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을 기약도 없이 기다리는 170세 노인 안나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우주 개척시대의 서막이 열릴 무렵 남편과 아들은 새로운 삶을 꿈꾸며 먼저 그곳으로 향했다. 딥프리징 (냉동인간수면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였던 안나는 연구를 마치고 가족이 있는 곳으로 향할 계획이었으나 우주 개척의 패러다임이 바뀌며 안나의 연구도 정부 지원금이 줄어들게 되면서 점점 늦어지게 된다. 하지만 결국 프로젝트 성공을 이루게 되었으나, 학회발표를 앞둔 시점에 안나는 상상치도 못한 일을 겪게 된다. 경제적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우주 연방이 슬렌포니아로 향하는 항로 폐쇄 결정을 하게 되고, 안나는 그곳으로 향하는 마지막 우주선도 연구발표회로 인해 탑승 기회마저 잃게 된다. 그 이후 안나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차곡히 쌓아가며 딥프리징으로 100여 년을 우주정거장에서 오지 않는 우주선을 기다렸다.

안나는 닿을 수 없는 슬렌포니아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주정거장을 폐쇄하기 위해 온 위성관리업체 직원을 홀연히 두고 자신만의 목적지로 향한다. 아무리 가속하더라도, 빛의 속도에 미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안나는 자신의 목적지를 확신하듯 미소를 보이며 그렇게 떠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 본문 181, 안나- 

안나의 메시지는 단순 명료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여러 단편을 담고 있는 이 책은 1993년생 김초엽 작가가 여러 상을 수여하며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김초엽은 사람이 물질에 기반을 둔 존재라는 것에 흥미를 느껴 화학을 전공하였으며, 그녀의 과학적 호기심을 통해 탄생한 소설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미래세계를 상상해 보게끔 한다. 이 책의 표제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뿐 아니라 7편의 단편을 통해 여성, 장애인, 이주민,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경제적 가치만을 우선시하는 체제의 불합리함 등 ‘다름’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정형화된 소설에 식상함을 느끼고 있다면 가상의 미래를 담은 김초엽의 SF 소설을 추천한다. 

 춘사톡톡의 새로운 책 모임은 늘 설렘으로 시작한다. 유독 이번 모임은 베트남에서 오신 반가운 그녀와 함께한 유쾌한 모임이었다. 봄이 오는 3월엔 좋은 소식을 기대하며 또 한 번의 설렘으로 톡톡 모임을 맞이하고 싶다. 부디.

 안수정(춘사톡톡 회원)

*춘사톡톡 춘천시민이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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