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장례식장 필요해 vs 주민들 반발
묘지, 장묘시설 혐오 인식 바꿔야

남면 발산2리에 동물장례식장을 건립하려는 이 모 씨는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모 씨는 “6~7년 전부터 춘천에 동물장례식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준비했다. 동면 일대부터 시도해봤는데 부지 등이 건축 조건에 맞지 않아 추진하지 못했다. 발산2리는 부지나 법적 검토가 다 끝난 상태다. 시에서 인허가를 받으면 되는데 주민들의 반대가 있어, ‘주민 의견수용을 보완할 것’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밝혔다. 

이 모 씨는 시의 의견에 따라 이장을 만나고, 주민총회를 통해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장은 마을 발전기금을 얼마간 요구했고, 이 모 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두 차례 주민총회를 열어 동물장례식장 건립에 대해 주민들에게 설명하고자 했으나, 이장과 달리 주민들은 설명조차 들을 필요 없다며 무조건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 모 씨가 제시한 타 지역 동물장례식장 항공사진(사진 1~3). 항공사진으로만 봐도 타지역에 비해 남면 발산리에 건립하려는 부지(사진 4)는 인가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원, 동물장례식장 혐오시설 아냐

지난 2017년 수원지법 행정1부는 “주민 338명이 이아무개씨가 추진 중인 동물장례식장 개발을 반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반대 이유를 파악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만일 이들 주민이 단지 부정적인 정서 때문에 반대한다면 동물장례식장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설로서 반드시 혐오시설 또는 기피시설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개발 신청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동물장례식장을 건립하려고 했던 부지는 용인시 처인구의 한 토지로 처인구청이 주민들이 이용하는 테니스장 등과 맞닿아 주민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불허가를 통보해 이아무개씨가 소송을 통해 위와 같은 판결을 받은 것이다. 

이번 남면 발산2리의 경우는 시에서 불허 판정을 내릴만한 부지 선정의 객관적 문제가 없다. 이미 건축 허가 등의 법적 검토에서 문제가 없었고, 단지 주민들의 반대가 있으니 이를 잘 협의해 오라는 수준이다. 

현재 동물장례식장 부지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은 용인시 사례처럼 인가가 밀접하거나, 주변에 주민시설이 있지도 않다. 기존에 건립된 타지역 동물장례식장과 비교해 봐도 주민들의 생활공간과는 멀리 떨어져 있고, 언덕 위에 자리해 사실상 마을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이에 관해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자 발산2리 이장과 연락을 시도해봤지만 닿지 않았다. 시 반려동물산업과는 “춘천시에 동물 장례식장이 있어야 할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해당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있어 시에서 뭘 지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장묘업, 동물장례식장은 전국 60여 개소다. 강원도는 강릉시와 횡성군, 2곳만 있으며 춘천에는 단 한 곳도 없다. 효자동에 사는 황 모 씨(32)는 “작년에 반려묘가 죽어 장례를 치르러 횡성까지 갔다 왔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춘천에도 한 군데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 횡성 동물장례식장은 외관도 그렇고, 별로 혐오스럽지 않았다. 반려동물 친화도시라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시가 나서서 잘 추진해주면 좋겠다”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유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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