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향우회 20대 회장 박천성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과 경기침체 등 삶을 힘들게 하는 것들은 많지만, 어떻게 풀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도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하는 불확실성이 옥죄고 있다. 입춘을 한참 지나 3월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기승을 부리는 막바지 한파와 정치인들의 날이 선 언어가 서로의 온기를 갈구하게 만든다.

그래도 자연은 이제 곧 우리에게 푸른 새싹과 붉은 꽃망울을 선물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삶에도 겨울이 지나 봄이 찾아올 것”이라며, 그러니 “자연의 섭리를 따라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익숙한 진리를, 경험에서 나온 진솔한 언어로 들려주는 지역의 선배 시민을 만났다.

춘천상공회의소 상임의원이며 지난 22일 재춘 충청향우회 20대 회장으로 취임한 박천성(78) 건흥건설(주) 대표이사를 소개한다. 

정성껏 가꿔온 금강송과 목련나무를 돌아보며 자연처럼 순리대로 살아온 삶을 이야기했다.

Q. 충청향우회 신임 회장 취임을 축하한다. 향우회 소개와 소감을 들려달라.

충청향우회는 지난 1967년 충청도민회로 창립됐다. 그러다 지난 2005년 또 다른 충청인들의 모임인 청우회와 합쳐져 충청향우회로 자리 잡았다. 2013년에는 (재)충청향우회 장학회가 출범했다. 故김대광 초대회장님부터 이번에 이임한 조영구 19대 회장까지 지역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공헌해 왔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향우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막중한 사명감과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향우회를 더 활성화시키고 지역과 재춘 충청인의 상생발전에 힘쓰겠다.

Q. 언제 어떤 이유로 춘천에 정착했나? 

대전에서 여덟 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우리 세대 대부분이 그러하듯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다. 제주도 경비부대에서 병역을 마치고 1972년 11월, 28살 되던 해 아내와 4개월 된 딸을 데리고 먹고살기 위해 춘천에 왔다. 건설업에 종사했던 첫째 형님이 먼저 춘천에 기반을 잡고 있었다. 형님을 통해 건설 분야의 분위기를 파악하던 중 기술이 있어야 살아남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독학으로 공부해서 인테리어 분야에 뛰어들었다. 밤낮없이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게 좋게 보였는지 1988년 무렵 당시 지역의 건실한 건설회사인 동일건설에서 현장 소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후 13년을 근무하며 지역의 수많은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그렇게 노하우를 쌓아가던 중 내 이름을 걸고 일해보자는 마음이 생겨 2000년에 주식회사 광성을 창업하고 본격적으로 토목건설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후 주식회사 광동, 광동건설 주식회사, 주식회사 삼연 등을 거처 현재의 건흥건설 주식회사로 이어왔다.

박회장은 횡성교 보강공사, 홍천군 방아리 수해 복구공사, 평창 진부 도로 건설공사 등을 진행하며 오랜 세월 동안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졌다. 가진 것 하나 없던 청년은 낯선 곳에서 성실 하나만으로 자수성가를 이뤘다. 2009년 강원도지사 표창장, 2010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표창장, 2013년 강원도지사 표창장, 2016년 대한시설물유지협회 강원도회장 표창장, 2017년 춘천시장 표창장, 2019년 대한건설협회 강원도회장 공로패, 2019년 춘천상공회의소 회장 공로패, 2020년 강원도지사 표창장 등 집무실 한쪽 벽을 가득 메운 상장과 상패들은 지역 상공업의 발전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 온 그의 공로를 증명한다. 이에 그는 충청향우회 장학재단 이사장, 대한노인회 강원도연합회 부회장, (사)강원선우회 고문, 삼운사 금강불교대학 총동문회 고문 등을 맡으며 지역사회의 격려에 답하고 있다.

지난 22일 박천성 건흥건설 대표이사가 충청향우회 20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Q. 모두가 힘든 시절이다. 선배 시민으로서 현재를 어떻게 진단하는가?

힘이 들수록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토목건설분야도 자재 가격 폭등, 인력난, 인건비 상승 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도급에 또 하도급이 이어지며 악순환이 반복된다. 악순환 속에서 자재를 제대로 안 쓰고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니 광주 현대아이파크 붕괴사고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거다. 건설분야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회사가 수주와 시공까지 맡아서 해야 한다. 당연한 게 정착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늘 아쉽다. 그럼 기술력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기술력이 부족한 업체도 많아서 부실공사가 근절되지 않는다. 언젠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일과 사람 모두 성실하게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정신 바짝 차리고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을 따르면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코로나도 어느 곳에선가 당연한 도리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 아니겠는가?

Q. 후배 시민들에게 들려주고픈 삶의 철학이 있다면?

특별한 거 없다. 그저 세상을 순리대로 살아가는 거다. 일과 사람 모두를 대할 때 순리에 어긋나는 행동과 판단을 하지 않아야 한다. 잇속을 차리기 위해 잘 보이려고 꾸미어 말하거나 안되는 걸 억지로 하면 안 된다. 그거 나중에 다 업보로 돌아온다. 나 역시 순리대로 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그런지 인생에서 딱히 후회되거나 미련이 남는 일도 없다. 

청년들에게는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하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청년들은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어서 감흥이 없겠지만 살아보니 정말 그렇더라. 고생을 해보지 않으면 인성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물론 요즘 청년들 정말 힘들고 어려운 거 안다. 어떤 곳, 어떤 환경에서든 닥쳐온 고생을 피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말로 들어달라.

Q. 춘천이 더 나은 도시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외곽과 도심의 균형발전이 가장 중요하다. 강원도청 신청사도 도심 속 캠프페이지 부지보다는 신북읍 등 외곽에 지으면 균형발전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다. 교통혼잡이 불을 보듯 뻔한데 왜 자꾸 도심 안에 모아 넣으려는지 아쉽다.

레고랜드는 지역발전을 위한 또 하나의 동력이 되길 바란다. 역사 유적과 유물 훼손은 아쉽지만, 이제부터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지자체와 시민이 잘 살펴보자.

그리고 도시계획 등에서 관료들이 좀 더 전문성을 기르고 몇 해를 내다보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 특히 도로혼잡, 주차난, 버스 등 춘천의 교통정책은 당장의 근시안적 대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춘천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자세로 행정을 펼쳐야 한다.

Q. 춘천은 당신에게 어떤 도시인가?

태어난 곳은 아니어도 춘천은 내게 고향과 다를 바 없다. 어딜 가서든 춘천이 한국에서 가장 살기 좋고, 살고 싶은 도시라 말한다. 10분 안에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고, 편의시설도 비교적 잘 갖춰졌고, 다양한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10분이면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 동네만 해도 코앞에 대룡산이 있고 회사 옆으로는 맑은 하천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곧 봄이 오면 온 동네가 꽃세상이 된다. 시민 모두가 춘천을 아끼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Q. 올해 바람은 무엇인가?

건설경기가 좋아졌으면 좋겠다. 이 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지역 청소년들의 학력 수준이 많이 뒤처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역의 미래가 달린 일이니만큼, 교육관료·학교·교사 그리고 지역 사회 모두가 각별하게 신경 써서 개선 방향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때가 때인 만큼 지역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할 수 있는 일꾼이 뽑히길 바란다. 정치에 실망이 클수록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투표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아름다운 춘천을 간직하고픈 요량에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최근 강원대학교 평생교육원 사진반에도 등록하여 3월 봄에 첫 출사를 나간다. 언젠가 작은 전시회를 열고 싶다. 그리고 올해의 바람은 아니고 좀 더 나중의 꿈이 있는데, 병들고 약해진 이웃을 위해 요양원을 꼭 건립하고 싶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날, 막바지 한파가 무척 매서웠다. 박회장은 자택 겸 사업장의 너른 뒷마당에서 “이것 좀 봐요. 아무리 매섭고 찬 겨울바람이 불어와도 때가 되니 이 작은 녀석들이 찾아오잖아요. 우리도 자연을 따라 순리대로 살면 곧 꽃이 필 겁니다”라며 순리대로 사는 삶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가 오랫동안 정성껏 가꿔온 목련나무가 꽃망울을 내밀며 화려한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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