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0.81명·강원 0.98명 모두 역대 최저
30대 여성인구·결혼 감소, ‘인구 데드크로스’ 심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다시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 잠정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지난해 0.81명으로 나타나 전년도 0.84명보다 0.03명 감소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감소폭은 2019년 0.92명에서 2020년 0.84명으로 0.08명 줄었다.

하지만 2019년 기준 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61명으로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84년 1.74명으로 처음 1명대를 기록한 후 2018년 0.98명으로 1명 아래를 기록한 뒤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치로서 이런 추세라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7명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전년도 27만2천300명보다 1만1천800명(-4.3%) 줄었다. 이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래 최저치로서 20년 전인 2001년 56만 명의 절반 수준이다.

통계청은 “주 출산 연령인 30대 여성 인구 감소와 결혼 건수가 감소한 것이 누적돼 출생아 수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누적 결혼 건수는 19만2천50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만1천 건(-9.8%) 감소했다. 같은 기간 평균 출산 연령은 33.4세로 전년보다 0.2세 올랐다. 2019년 기준 OECD 평균은 28.3세이다. 연령별 출산율(해당 연령 여성 인구 1천 명 당 출생아 수)은 30대 초반(30∼34세)이 76.0명으로 가장 높고 30대 후반(35∼39세) 43.5명, 20대 후반(25∼29세) 27.5명, 40대 초반(40∼44세) 7.6명 순이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은 출산율이 각각 3.1명, 2.9명 감소했다. 반면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은 각각 1.2명, 0.5명 증가했다. 출생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105.2명으로 전년보다 0.4명 늘었다. 

강원 합계출산율 0.98명… ‘인구 데드크로스’ 심화

지난해 강원도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을 기록하며 역대 처음으로 1명을 넘기지 못했다. 세종시가 1.28명으로 가장 높고 이어 전남이 1.02명, 강원이 0.98명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0.63명으로 가장 낮았다.

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양구군으로 1.52명이다. 1명을 넘긴 지역은 양구를 포함해서 인제 1.47명, 철원 1.4명, 화천 1.19명, 삼척 1.18명, 동해 1.11명, 정선 1.10명, 홍천 1.02명 등 8곳에 불과했다. 횡성 0.99명, 고성 0.96명, 속초 0.96명, 원주 0.94명, 강릉 0.91명, 춘천 0.90명, 태백시 0.88명, 양양군 0.86명, 영월군 0.80명으로 집계됐다. 평창이 0.79명으로 가장 적었다. 

강원도의 출생아 수는 7천400명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출생아 감소세는 2016년 1만58명에서 2017년 8천958명으로 1만 명 아래로 떨어진 후 2020년 7천835명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는 사망자 수 증가와 맞물려 강원도의 ‘인구 데드크로스’(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현상)의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의학기술 발달 등으로 기대수명은 증가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고령화로 인한 사망자가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도내 사망자 수는 1만2천700명으로 전년도 1만2천182명보다 518명(+4.25%) 늘었다. 1986년 1만2천737명 이후 3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강원도 65세 이상 고령 인구비율은 21.7%로 전남 24.3%, 경북 22.7%, 전북 22.3% 다음으로 가장 높았으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인구 소멸 위기가 우려되고 있지만, 결혼 건수도 줄어들고 있어서 전망도 어둡다. 지난해 도내 결혼 건수는 5천622건으로 전년 5천868건 대비 246건(-4.19%) 줄었다.

춘천의 합계출산율이 0.9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춘천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출처=아름다운 산부인과 홈페이지  
춘천의 합계출산율이 0.9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춘천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출처=아름다운 산부인과 홈페이지

춘천 합계출산율 0.9명… 5년째 인구 자연 감소

지난해 춘천의 합계출산율은 0.9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에는 0.98명으로 처음 1명 아래로 떨어졌는데 이보다 0.08명 줄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강원도 18개 시·군 합계출산율 평균 0.98보다 낮은 수준이다.

원인은 주 출산 연령인 30대 여성 인구의 감소와 집값 상승, 취업 등 경제적 요인에 따른 결혼 건수 감소 등 전국적 요인과 같다. 2021년 춘천의 30대 여성 인구는 1만6천678명으로, 2017년 1만7천969명보다 1천291명(-7%)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혼인 건수는 1천292건에서 1천41건으로 251건(-19%) 줄었다.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어서, 춘천시는 2017년 처음 사망자 수(1천771명)가 출생아 수(1천742명)를 앞질렀고 2019년에는 사망자 1천873명, 출생아 1천675명 그리고 2020년에는 사망자 1천880명, 출생아 1천590명으로 매년 격차가 늘어나고 있다.

춘천시 출산장려 시책

춘천시가 내놓은 출산장려 시책은 다음과 같다.

‘첫 만남 이용권’ 사업은 올해 1월 이후 태어난 신생아 1인당 200만 원을 ‘국민행복카드’ 포인트로 지원한다. 아동 주민등록일로부터 1년 내 사용해야 하며 미사용 포인트는 자동소멸된다. 아동의 주민등록상 주소지 행정복지센터에 방문 신청하거나 복지로 또는 정부24에서 온라인 신청(아동의 부모만 가능)할 수 있다.

‘아이돌봄 지원사업’은 맞벌이 가정 아동을 대상으로 한 돌봄 서비스이다. 시간제 서비스는 만 3개월 이상~만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연간 840시간 이내, 1회 2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소득기준에 따라 최저 약 1천500원에서 1만3천 원에 이용할 수 있다. 종일제 돌봄 서비스는 만 3개월 이상~만 36개월 이하 영아를 대상으로 월 60~200시간 이내, 1일 3시간 이상 사용 가능하다. 소득기준에 따라 약 1천500원에서 1만 원에 이용할 수 있다.

‘셋째 이상 고교학비 지원’은 소득과 재산에 관계없이 신청일 기준 6개월 이상 주민등록을 하고 거주하고 있는 셋째 이상의 고등학교 재학생 가정에 해당 학교 입학금 및 분기별 수업료 전액을 지원한다. 단, 특성화고 학생이나 공무원 등 학자금 지원 자녀는 제외된다.

‘셋째 이상 대학입학금 지원’은 소득과 재산에 관계없이 신청일 기준 6개월 이상 주민등록을 하고 거주하고 있는 셋째 이상의 만24세 이하 대학 입학생에게 1인당 한차례 100만 원을 지원한다. 단 등록금 고지금액이 100만 원 미만일 경우 해당 금액만 지원한다.

이에 대해 회사원 최미선(33·퇴계동) 씨는 “출산율이 심각하다는 건 오래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다. 나도 결혼에 대한 주위의 압박이 크다. 사귀는 사람은 있지만 결혼이 망설여진다. 집을 구하기도 어렵고 주위 선배들이 돌봄 등 육아문제로 퇴직하며 경력이 단절되는 사례를 많이 봐서 솔직히 엄두가 안난다”라고 말했다.

자녀 하나를 둔 박모(39·후평동) 씨는 “안정적인 직장, 국공립 어린이집 등 마음 편하게 아이를 기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지 지자체의 출산지원금만으로 아이를 더 낳겠다는 사람은 없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말처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시책 이전에 결혼, 돌봄, 취업, 주택 등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의 해결이 핵심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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