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동네 한 바퀴〉 지난 1~2월 7개 마을
마을 자원 토대 공동체 삶과 밀접한 예술교육

다음의 문장을 읽고 무엇이 연상되는가? ‘가상의 친구 궁구미에게 줄 동네 지도 만들기’, ‘동네 상점에서 재료를 얻어와 궁구미와 음식 만들기’, ‘마을 주민들과 만남을 춤으로 표현하기’, ‘팔미천에 사는 수달을 위한 노래를 짓고 뮤지컬 만들기’, ‘우리 동네의 맛을 상상하고 요리 레시피 만들기’, ‘우리 동네의 소리를 악보로 만들어 연주하기’, ‘동네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 촉감으로 우리 동네 촉감 로드 만들기’, ‘우리 동네 소리를 선으로 그리고 움직임으로 표현하기’, ‘우리 동네 축소모형 만들기’, ‘동네 소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우리 동네 이야기 뮤직비디오 만들기’. 

대부분 ‘어린이를 위한 체험교육’이 떠올랐을 터이고 크게 틀린 건 아니다. 위의 내용은, 춘천문화재단과 마을자치지원센터가 협력하여 지난 1~2월 지역의 7개 마을(사북면·후평3동·신사우동·칠전동·퇴계동·석사동·신동면)에서 진행한 어린이통합예술교육 <예술과 동네 한 바퀴> 수업 중 일부이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 강사들이 마을로 찾아가, 어린이들이 예술을 통해 동네와 관계를 맺으며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통합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총 12개 반에서 각각 8회차 수업이 진행됐다.

 후평 3동 아이들은 동네 곳곳을 탐방한 후 가상의 친구 궁구미를 위한 지도를 만들었다.

‘동네 한 바퀴’는, 돌봄이 결합 된 예술교육을 통해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지역에서 구현하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풍요의 시대를 살아가지만, 아이들에게 풍요로움을 어떻게 즐길지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본래 그런 가치들은 집과 마을에서 자연스레 체득할 수 있었지만, 더 많이 소유하고 남을 이기는 감각이 환대받는 경쟁 사회에서는 촌스러운 미덕이 됐다.

이 때문에 공동체적 삶과 무관한 문화예술교육이 팽배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대안으로, 아이들의 삶이 이뤄지는 공동체에서 공동체와 관계를 맺고 더불어 살아가는 감각들을 키우는 문화예술교육이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가까운 사례로는 가평의 상색초등학교에서 지난 2020년에 진행된 ‘예술꽃 씨앗학교’ 등이 대표적이다. 춘천은 이제 시작이지만 학교가 아니라 돌봄 성격의 마을 공동체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아이들은 공동체와 담을 쌓은 학원에서 배우는 예술이 아니라 내가 속한 공동체의 자원이 바탕이 된 예술교육을 접할 때 공동체적 삶에 스며들며 구성원으로서 실천적 태도를 갖추며 성장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앞서 언급한 수업에서 아이들이 만든 결과물의 완성도가 뛰어날 필요는 없다. 

팬데믹과 더불어 한국 사회가 급속하게 나노화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마을에서 일상의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마을은 아이들이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전에 관계를 배우고, 살아가는 맷집을 기르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각자의 관점이 형성된다.

신사우동 꿈마루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직접 공간을 연출하고 바자회를 진행했다.

수업을 이끈 예술 강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핸드폰 보는 아이 하나 없이 모두 즐겁게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전한다. 정수경 예술인 강사는 “마을로 들어와 보니까 아이들이 이미 친밀한 사이였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금방 친해졌다. 모두 편안히 즐기며 자기 속을 거리낌 없이 맘껏 드러냈다”라고 말했다. 신정아 강사는 “아파트 단지와 일반 주택 등 마을의 개성만큼이나 아이들의 개성도 달랐다. 그런 차이에 반응하며 자유롭게 놀이하듯 수업을 진행했다. 짧은 수업으로 효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 집과 학교·학원에만 익숙하던 아이들의 시야가 좀 더 넓어진 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물론 <예술과 동네 한 바퀴> 사업 기간은 길지 않았고 수업 회차도 적었기에 침소봉대는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의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과제도 있다. 더욱 확대되려면 마을의 중심인 학교가 참여해야 한다. 보통 학교에서 진행되는 예술활동은 주기적으로 학교를 옮기는 교사들의 특성 때문에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강사가 주도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은 한정된 시간과 공간 등으로 인해 프로그램이 부실하거나 성과 내기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교와 마을이 손을 잡고 자원을 공유한다면 예술교육의 지속성이 확보되며 더 많은 아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마을마다 차별화된 예술교육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진정한 공동체 활성화로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다. 다음에는 더 많은 마을과 학교가 참여한다는 소식을 기대한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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