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구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장)

 

춘천의 고대 역사박물관

고대 춘천은 소양강과 매강 사이에 신북읍~우두벌~중도로 연결되는 축을 중심으로 역사가 진행되었다. 이 축을 중심으로 고대 맥국 관련 유물이 국내 최대로 발굴되고 있으며 지금도 진행형이란 점에서, 이 축은 고대사 야외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고대 맥국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였던 중도는 의암댐 건설로 만들어진 섬이다. 중도는 의암호가 형성되기 이전에는 섬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즉, 의암댐 건설 이전에는 중도는 신사우동과 이어진 뭍으로 인식되었다.

고대 춘천의 중심은 신북읍 발산~우두산~고산

신북읍 발산과 우두동 우두산이 고대 춘천의 중심적 기능을 한 산이었고, 우두벌은 고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춘천 일대의 최대 곡창지대였다. 지금 상중도에 있는 고산 또한 고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고대부터 신라가 춘천을 다스릴 때까지 춘천의 중심은 신북읍 발산~우두산~중도 고산이 된다.

고산의 또 다른 이름 옥산

조선 시대 매월당 김시습도 고산에 올라 세상의 부귀와 명리(名利)를 버려버리고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는 시를 쓰면서 문헌에 나타난다. 여기에 고산만이 지닌 외형적 특징에 의미 있는 설화가 결합하여 이름이 생겨났으며, 여기에는 지역의 주권 주체인 주민의 뜻이 반영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의미로 생겨난 이름이 부래산(浮來山)과 봉추대(鳳雛臺)이다.

성현(成俔, 1439~1504)이 기록한 《황정명농정기(黃正明農亭記)》를 살펴보면 고산의 또 다른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장백산(長白山)의 줄기는 남쪽으로 구불구불 이어져서 동쪽 경계 수 백리를 지나 강원도(江原道)에 이르러서 우뚝하게 자리를 잡으며 큰 고개를 이루고, 능선이 나누어져 동서로 아름다운 구역을 무수하게 이룬다. 춘주(春州)의 들판은 관서(關西)에서 최고가 되는데, 그 진산(鎭山)을 ‘봉악(鳳岳:봉의산)’이라고 부른다. 고을의 북쪽 교외(郊外)에 또 우뚝하게 솟아 길게 이어진 것이 있으니, ‘우두산(牛頭山)’이라 부른다. 두 개의 큰 하천이 있으니, 그 하나를 소양강(昭陽江)이라 부르는데, 인제(麟蹄)로부터 나와서 우두산을 품고 봉악(鳳嶽)의 북쪽 끝에 닿고 흘러간다. 그 다른 하나를 모진강(母津江 : 또는 매강)이라고 부르는데, 낭천(狼川)으로부터 나와서 우두산 서쪽을 등지고 소양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두 강물 사이로 깎아지른 듯이 우뚝 솟아 기괴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옥산(玉山)’이라 한다. <성현(成俔, 1439~1504) 《황정명농정기(黃正明農亭記)》>

소양강과 모진강 사이에 깎아지른 듯이 우뚝 솟아 기괴함을 드러내고 있는 봉우리가 있으니, 그 봉우리는 다름 아닌 고산이다. 이 고산을 가리켜 성현은 옥산으로 분명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사우동 위도 앞 ‘옥산포’는 옥산으로 가는 배 터였음을 알 수 있으며, 그 옥산이 바로 고산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옥산과 명농정 그리고 시 한편 

황정 《황정명농정기(黃正明農亭記)》에서 ‘황정(黃正)’은 제용감정(濟用監正)을 지낸 황윤형(黃允亨)의 별명.

《황정명농정기(黃正明農亭記)》에나오는 명농정이 정확히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고산(옥산, 玉山)’에서 바라다보이는 곳이며, 춘천의 최대 농작지인 우두벌도 조망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성현은 명농정 관련하여 시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 

작은 정자 홀로 우뚝하여 잔잔한 호수를 베고 小亭孤絶枕平湖

언덕을 낀 청산은 엎어놓은 술잔 같구나. 夾岸靑山似覆盂

샘 달고 땅은 기름지며 굽이굽이 구비길 泉土肥甘盤谷路

연기 낀 숲은 어둡고 조용하여 망천이라. 煙林暗澹輞川圖

무성한 목화는 안개 속 뾰족한 싹을 내고 芊綿翠霧秧針秀

웃자란 벼는 저물녘 구름에 이삭을 팼네.    䆉稏黃雲稻穗敷

농사나 밝히며 돌아가 은거하려 하였으나     欲遂明農歸隱計

조정에 정사(正邪)의 일로 괴로이 얽혔네. 鵷庭朱紫苦相紆

명농정은 관직 생활을 그만두고 춘천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고자 했던 황윤형이 지은 농막에 붙인 당호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아름다워서 왕유와 관련된 망천에 비유되기까지 한 정자이기도 하다. 명농정은 황금벌판인 우두벌과 홀로 고고했던 고산이 바라다보이던 곳에 있었으며, 또 하나의 춘천 절경지였기에 소양8경에 하나인 고산낙조(孤山落照)에 명농정을 함께 보태보고자 한다.

허준구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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