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 대학생기자

약 두 달간 진행된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의 택배 파업이 지난 2일 종료됐으며 7일 업무에 복귀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택배노조는 ‘파업은 중단하지만, 태업은 계속한다’는 취지의 지침을 조합원들에게 전달했다. 택배대리점연합회는 택배노조의 이런 태업은 명백한 공동합의문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택배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표준계약서 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결국 예정된 오늘 현장 복귀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6월 타결된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내용을 CJ대한통운이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12월부터 파업을 진행했다. 설상가상으로 설 연휴가 있던 1월 말에 택배 파업은 우체국 택배, 한진택배 등 업계 전반으로 번졌으며 택배노조는 지난달 10일부터 CJ대한통운 본사에서 19일간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는 택배노조와 일주일간의 대화 끝에 공동합의문에 서명했고 노조는 우선 파업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7일부터 현장에 복귀하기로 했다.

하지만 택배 파업이 끝났다는 기대도 잠시 지난 7일 택배대리점연합회와 택배노조는 태업 문제를 놓고 다시 갈등 중이다. 대리점연합회는 택배노조의 태업으로 인해 서비스 차질을 빚고 있으며 이는 공동합의문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택배노조는 일부 대리점에서 쟁의권 포기를 전제로 표준계약서 작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노조활동에 개입하는 부당 노동행위라고 주장한다. 끝날 줄 알았던 택배 파업이 택배 태업으로 이어지며 대리점연합과 국민 등 주변의 반응은 날이 갈수록 차가워져 가고 있다.

또한, 지난 협의는 CJ대한통운 본사가 아닌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와 이뤄져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택배 파업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인상된 택배비 중 사측이 추가 이윤을 챙긴 것에 대한 노조의 반발로 시작됐다. 택배비 이윤배분은 대리점이 아닌 본사와 이뤄져야 한다. 또한, 택배노조가 요구해왔던 주6일제, 당일 배송 등 과로사 유발 내용이 담긴 ‘부속 합의서’ 철회 요구는 오는 6월 30일까지 결론 내자는 데에만 그쳤다. 이는 언제든 다시 택배 파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택배 파업 당시 노조의 택배 훼손, 무단 침입 등의 행동은 오히려 그들을 지지하던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무단 점거 당시 갑작스럽게 인파가 몰렸고 이를 막아서던 경비 직원과 다른 직원들이 부상을 입었고 유리 출입문이 깨지는 등 자칫 큰 사고로 번질 수 있었다. 더불어, 지난달에는 택배노조 소속 파업 참여자들이 집배점장을 위협하고 소비자들의 물건을 발로 차는 등 고의로 훼손하는 모습의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이와 함께, 택배노조원 약 120명이 곤지암메가허브에서 각 지역 터미널로 보낼 택배화물이 실려 있는 100여 대의 간선차량 출차를 막고 있는 사진이 SNS 및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길어진 택배 파업과 노조의 무력 행위에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은 커져만 갔다.

또한, 파업으로 인해 택배노조원들의 업무가 멈추자 그 피해는 비노조 택배기사들이 떠안았다. 택배 파업 동안 비노조 택배노조원들은 피로를 호소하며 택배노조의 업무 즉시 복귀를 주장했다. 그리고 같은 지역이어도 택배기사가 노조에 속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택배를 받지 못한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컸다. 이에 한 지역 주민들은 대리점에 택배기사 교체까지 요구하는 등 택배 파업에 대한 반응은 식어갔다.

이번 파업이 끝나면서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 파업으로 고객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이번 파업 중에 발생한 불법 점거 및 폭력행위는 결코 재발해서는 안 된다”라며 “회사는 고객의 소중한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J대한통운의 사회적 합의내용 불이행으로 인한 택배 파업은 정당하며 오히려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필요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택배노조가 보인 무력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택배 파업이 재발할 불씨가 남아있기에 본사와 대리점, 택배기사 간의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합의점을 찾고 갈등을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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