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여성이 결정합니다. 특히 젊은 여성분들. 이기고 싶은 분들은 딸과 부인과 소통하셔요....”, “집안 단속 확실하게 했습니다!!!”, “이대녀 조카 3명 방금 정리 했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딸과 부인들도 선거의 주체로서 남성이나 아빠의 권유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사고, 판단하여 투표합니다. 서로 존중하며 토론하여 합리적으로 1표를 결정하면 좋겠습니다.~~^^”, “네 옳은 말씀이며 공감합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투표를 독려하는 가운데 한 단톡방에서 이루어진 대화 내용의 일부이다. 집안에서 선거뿐만 아니라 정치를 화제로 대화할 때 의견이 다르면 갈등이 생긴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종종 듣는다. 특히 집안의 친인척까지 확대되는 자리에서는 그 다툼의 정도가 훨씬 더 심하다고도 한다. 그래서 아예 정치 얘기는 금지한다는 철칙을 마련한 집안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 결과가 걱정되고 우려되는 것은 갈라치기와 혐오가 통했다는 것이다. ‘공감과 연대’가 ‘혐오와 갈라치기’를 턱밑까지 추격했으나 결과적으로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세대와 젠더를 갈라치기 한 후보가 당선되었다. 20대 남녀의 갈리치기 효과는 출구조사 결과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20대 남성이 윤후보에게 58.7%, 이후보에게 36.3%의 지지를 보인 반면, 20대 여성은 이후보 58.0%, 윤후보 33.8%의 지지도를 보이며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역대 선거에서 보지 못한 성별 지지도 차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윤후보는 대선 기간 내내 여성가족부 폐지, 성폭력 무고죄 강화 등 2030세대 일부 보수 성향 남성을 겨냥한 공약을 내놓으면서 남성과 여성을 갈라치기를 한다는 논란을 빚어왔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페미니즘이 건전한 남녀교제를 막는다”는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세계여성의 날에도 미국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 “나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실수로 들어갔다며 발언을 번복했다. 그런 윤후보가 대통령 당선자가 되자마자 “저는 어제 투표 결과를 보고 다 잊어버렸다”며 “젠더, 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후안무치한 일이다. 

‘갈라치기’란 용어는 원래 바둑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다. 상대의 세력권 한가운데 돌을 둬 세력을 분산함으로써 상대 세력이 확장되지 못하도록 막는 수법이다. 정치에서 갈라치기는 구도를 변화시키고, 유리하게 판을 뒤집기 위해 사람들을 우리와 너희로 편 가를 때 써먹는다. 갈라치기는 근본적으로 혐오를 바탕으로 하고, 증오로 승화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정치인들 덕에 지역갈등, 세대갈등과 함께 젠더갈등까지 떠안게 되었다. 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치인들이 그 갈등과 혐오와 증오를 집안 구석구석 밀어 넣었다. 집안 구석에 있는 사적 가부장제뿐만 아니라 제도와 이념과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은 공적 가부장제 모두 혁파해야 할 적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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