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중도동 유적의 환호

각종 매스미디어에 5월 5일 어린이날에 춘천 레고랜드가 개장한다고 떠들썩하다. 개장 소식은 각종 SNS를 통하여 재전파되고 있다. 그리고 이 기사는 부동산과 관련된 듯한 블로거와 연동되어 있다. 그동안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시민단체들이 중도동유적 보존 대책을 요구한 것을 떠올리면 허무할 정도다.

춘천 율문리유적 환호(국립문화재연구소 2018)

중도동유적 보존에 가장 큰 계기는 청동기시대 묘역식 고인돌과 환호이다. 청동기시대 중도 일원은 환호가 형성되기 전 시기, 환호를 중심으로 살던 시기, 환호가 폐기된 후 시기에 살던 주민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다. 그리고 어느 시기엔가 고인돌로 대표되는 매장공간이 형성된다.

때문에 중도동유적 환호 마을 형성 시기를 전후로 춘천 분지 일원에서 정치체 형성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상징이 되고 있다.

천전리 97번지 일원에서 확인된 환호(국강고고학연구소 2021)

춘천 일원에 환호는 중도동에만 있었을까?

중도동유적에서 환호가 확인된 이후, 고고학적 중요성이 부각되어 왔다. 하지만, 환호는 중도동유적 외에도 율문리(〈그림 1〉), 천전리(〈그림 2·3〉) 일원에서도 확인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율문리 환호는 항공대부지로 전체 규모는 알 수 없으나 남쪽과 서쪽 환호가 만나는 부분이 확인되었다. 이 율문리 환호도 중도동유적 환호처럼 환호 조성 이전, 환호 형성기, 폐기 후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환호가 율문리유적 동반부에서도 남북으로 형성된 것이 최근 확인되기도 하였다.

한편, 천전리 일원은 소규모 발굴조사가 활발히 이루어져 다양한 성격의 유구가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좁은 면적이 조사되어 전체 유적의 양상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천전리 97번지 일원은 크고 작은 발굴조사를 통하여 청동기시대 주거지, 주구석관묘, 환호(〈그림 2〉), 철기시대 주거지가 확인되었다. 아울러 남쪽 도로 확장구간의 조사 결과, 3세기대 이후에 형성된 환호 일부(〈그림 3〉)가 확인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환호의 존재는 여러 소규모 발굴조사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인지할 수 있다. 〈그림 2〉에 제시된 것처럼 환호(구상유구) 부분은 세 차례 발굴조사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구상유구”로 표현된 부분이 환호일 가능성은 검토되지 않았다. 그러나 도랑의 진행 방향으로 보면 환호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환호의 크기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림 3〉에서 보이는 환호도 매우 협소한 부분의 조사 결과, 단면 층위를 통하여 파악한 것이다. 적어도 천전리 일원에는 시기를 달리하는 환호가 2개 이상 존재하고 있다.

천전리 환호2(국강고고학연구소 제공)
천전리 환호2(국강고고학연구소 제공)

춘천 일원 환호의 의미?

중도동 환호는 중도동 유적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도 춘천 분지에서 보이는 환호의 기능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환호의 시기와 성격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면 춘천 지역 정치체의 규명을 위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환호가 형성된 시기를 중심으로 전·후 시기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청동기시대 마을의 변화 과정과 정치체의 변동 과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춘천 지역의 정체성을 규명하기 위한 작업은 학계 노력이 필요하지만, 천전리 일원의 상황을 보면 춘천시의 문화 정책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땅속에 포장된 문화재에 대한 적절한 보호 대책 없이 진행되는 각종 건설공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각종 인허가를 담당하고 있는 시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양적으로 성과를 낸 것처럼 보이는 춘천의 문화 정책이 과연, 춘천 지역 정체성을 밝히기 위하여 질적으로 얼마나 가치 있는 성과를 이루었는지는 궁금하다.

중도동유적 보존에 대한 원인 제공 중에 한 부분이 레고랜드에 있다면 춘천 지역 정체성 규명의 가장 큰 역할은 지방정부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재연 (한림대학교 한림고고학연구소 연구교수)


참고자료 : 국립문화재연구소, 2018, 《고고학저널 2018》. 국강고고학연구소, 2021, 《춘천 천전리(97-11번지) 근린생활시설 신축부지 내 유적 발굴조사 보고서》.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