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 문화이웃] 농사는 ‘생활’이다
[봄내, 문화이웃] 농사는 ‘생활’이다
  • 박종일 기자
  • 승인 2022.03.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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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구 강원도시농업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도시농업’은 도시의 다양한 공간을 활용한 농사행위로서, 농업을 매개로 이 시대에 필요한 가치인 생물 다양성 보존, 기후위기 대응, 공동체 활성화, 정서함양, 여가 지원, 친환경 교육, 취약계층 복지 등을 구현하여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려는 전환적 활동이다.

춘천에서는 지난 2015년 출범한 ‘강원도시농업 사회적협동조합’이 그러한 가치를 이루고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중구 이사장을 소개한다.

교육·돌봄·자립… 도시농업의 공익성

파주가 고향인 박 이사장은 대학진학을 계기로 춘천에 정착했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겠다고 결심한 그는 졸업 후 화천에서 10년간 애호박·쌀·옥수수 등을 길렀다. 또한 농민단체와 《희망신문》 등에서 활동하며 지역의 변화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그러던 중 ‘도시농부학교’(2013년)를 열고 지역 청년들과 텃밭농사를 지으며 본격적으로 도시농업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에는 ‘씨앗과 농부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위한 텃밭활동, 도시농업전문가교육과정 등 교육사업을 펼쳤다. 이후 도시농업의 공익성에 주목하며 2017년 12월 강원도시농업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조합)으로 조직을 변경하고 농업을 매개로 교육·돌봄·문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농촌공동화와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농촌에서 젊은이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적 제약이 많다. 도시농업이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먹거리, 환경 등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까지도 도시농업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그저 농사를 계속 짓고 싶고, 청년들이 당당히 농부가 될 수 있는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싶었다.” 현재 다양한 연령대의 조합원 24명이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 새로운 삶을 준비하거나, 농사를 경험하며 생태적 삶을 모색하는 시민들이다.

신촌리 ‘와이파이 텃밭’에 모인 ‘퍼머컬처’ 입문과정 참가자들

조합의 주요 사업은 △교육사업 △마을돌봄사업 △사회적농업 등이다. ‘교육사업’은 학교텃밭(국공립 어린이집·초등학교 내 텃밭을 활용한 교육), 성인을 위한 ‘도시농업전문가 과정’, 초보자를 위한 ‘도시농부학교’, ‘퍼머컬처’ 등으로 나뉜다. “지난해 가을 춘천의 7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텃밭에서 배추·무·갓 등을 재배하며 생태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바른 먹거리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올해는 초·중학교 15곳에서 진행된다. ‘퍼머컬처’는 생태원리를 기반으로 의식주와 문화를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얻을 수 있도록 공동체를 디자인한다. 지난해 ‘퍼머컬처’ 입문과정으로 신촌리 자투리땅에 이른바 ‘와이파이 텃밭’을 조성했고 올해는 실레마을에서 ‘실레봄봄’을 열었다. 생태가치를 널리 알리며 자급자족의 삶을 실험했다. 이와 더불어 심화 과정인 ‘퍼머컬처 디자인 코스’는 청년들이 지역에 생태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교육과정이다. 

‘마을돌봄사업’은 마을 주민과 함께 텃밭을 가꾸는 돌봄 사업이다. 교동·우두동·약사동 등 도시재생이 한창인 곳에서 돌봄을 농업으로 접근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텃밭에서 먹거리를 함께 기르는 과정에서 서로의 안부를 챙기는 관계가 형성되며 자연스레 돌봄으로 나아가게 된다. 지난해에는 텃밭에서 기른 배추로 함께 김장을 담갔다.”

‘사회적농업’은 농업의 다양한 기능 중 자립에 주목한 사업이다. “교육을 통해 장애인들이 농촌에 정착하여 농사를 지으며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생태적 삶, 농(農)적 문화로 전환해야

조합에서는 이밖에도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꿀벌과 지렁이’는 도내 각 지역에서 지구의 숨은 일꾼인 ‘꿀벌과 지렁이’가 되려는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신촌리텃밭모임’, ‘강릉기후농부들’, ‘남창텃밭’ 등 공동체 3팀이 선정되어 도시농업, 기후위기 대응, 공동체 활동 등을 주제로 활동할 예정이다.

금병초 텃밭에서 마을의 유기물을 퇴비로 만들고 있다.

조합은 위와 같은 사업에 담긴 뜻을 함께하는 지역 단체, 시민들과 함께 ‘전환마을’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춘천문화재단 시민의제 사업 ‘시민상상오디션’에 선정되어 ‘전환마을학교’도 진행했다. ‘모두가 기후농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마을에서 자원 순환을 실현하는 활동을 펼쳤다. 호반초와 금병초, 한살림텃밭에서 일상에서 배출되는 유기물을 퇴비로 만들어 텃밭을 가꿨다. 또 지역의 카페 7곳에서 발생하는 커피찌꺼기를 모아 퇴비를 만들고 시민들에게 나눴다. 이후 커피 퇴비를 활용한 반려식물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와 더불어 그린커튼으로 에너지 줄이기, 제로웨이스트 가드닝, 소리쟁이 샴푸 만들기, 폐식용유 비누 만들기, 삼베수세미 만들기 등 다양한 강의와 체험도 진행했다.

오는 4월에는 ‘전환마을 춘천’선포식이 열린다. 조합과 더불어 ‘춘천여성협동조합’, ‘한살림조합원모임’, ‘실레마을주민모임’ 등이 참여한다. 이들은 향후 공동체 활성화, 기후위기 대응, 친환경 먹거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힘을 모을 계획이다.

“도시농업을 여전히 낯설어하는 사람도 많고, 농업단체나 농민들은 취미의 영역으로 치부하며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도시에서 직접 길러서 먹으면 그분들이 기른 작물을 팔 곳이 없다는 거다. 하지만 도시농업을 통해 시민들이 좋은 먹거리를 찾는 방법을 알게 되면 지역 농민들과 연결된다. 대도시의 도시농업은 도시안에서만 이루어지지만, 춘천 같은 도농복합도시는 시민과 농민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형태로 가야 하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로컬푸드에 대한 인식이 올라가고 지역 농업도 성장하게 된다. 그러면서 기존의 농업정책이 풀지 못한 문제가 풀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앞으로 지역에 기후위기 대응과 공동체 활성화를 함께 모색하는 많은 모임이 생겨야 한다. 우리 조합은 ‘전환마을 춘천’을 통해 농업의 방식으로 촉진하고 싶다. 특히 농촌에 정착하고픈 청년들을 위한 심리적·물리적 터전, 비빌 언덕이 되고 싶다. 농사는 생활이다. 이 시대 가장 필요한 건 생태적 삶으로의 전환과 공동체가 살아있던 농(農)적 문화의 복원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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