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춘천 레고랜드가 개장을 앞두고 있다. 사업을 추진한 지 꼭 12년 만이다.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열게 된 레고랜드가 어린이를 위한 전국적 핫 플레이스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춘천시와 지역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관광산업은 나라와 지역마다 그 비중은 다르지만, 지역경제와 주민들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관광개발론자들은 낙수효과를 기반으로 한 성장과 고용 창출로 지역발전 전략을 강조해왔다. 요컨대 레고랜드 테마파크로 연 2백만 명의 관광객 유입, 9천여 개 신규 일자리 창출, 생산유발 효과가 5천9백억 원에 이른다는 경제적 효과 추정치로 지역은 부푼 기대감에 한껏 고무되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지역 언론과 지자체, 부동산개발업자 그리고 일부 정치인과 관련 전문가들이 관광산업 연관 효과의 외형적 규모를 강조하며 희망적인 메시지만 전하는 수치 중심의 보도와 홍보가 관광 개발의 당위성 논리로 포장되어 있다. 

출처=레고랜드 공식 인스타그램

과연 그럴까? 관광은 하나의 산업으로서 독자적인 기반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취향과 목적을 지닌 관광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별산업 분야에 속한 각기 다른 사업 종사자와 시설 및 조직들로 구성된다. 뿐만 아니라 도시경관과 자연, 문화, 음식, 교통, 기후를 비롯해 매우 광범위한 여행 동기와 다양한 관심 사항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융·복합 산업 분야이다. 그렇기에 관광산업은 다른 어떤 단일분야보다도 탈산업사회의 단면을 극명하게 나타내며 대내외적 환경 영향에 취약한 특징을 갖는다. 관광산업 활성화에 유일한 해법이나 명쾌한 접근법은 없다. 그러므로 관광객 유입 수치에 주목한 양적 성장 방안에서 도시발전을 모색하는 것은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결국 관광으로 도시를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삶을 담아낼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춘천 관광 활성화의 여러 문제점 중 하나는 남이섬 유원지와 소양강 스카이워크가 전체 관광객의 42.2%를 차지할 만큼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레고랜드 개장은 지역관광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반가운 소식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지역적으로 좋은 여건이 형성되고 경쟁력 갖춘 관광자원을 확보했더라도 반드시 꼼꼼히 따져볼 현안이 있기 마련이다. 그중 하나는 레고랜드에서 얻어진 관광 수입 대부분이 해외로 유출되거나 투자자에게로 분배될 뿐, 지역사회에 환원되는 혜택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관광수익의 불평등한 분배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레고랜드는 공간특성과 집적된 시설 규모나 다양성으로 비춰볼 때 방문객 대부분의 소비 활동이 그 안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지역 골목상권이 오히려 위축되거나 소비 진작 효과가 기대와 달리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켜가야 할지도 향후 풀어야 할 과제다. 그리고 지역주민 일자리도 저임금구조와 비정규직 위주로 채용될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레고랜드 개장을 목전에 두고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전조현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연 2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 쏠림현상이 예측되면서 주차장 기반시설 부족, 교통 혼잡도로 인한 관광객 분산유도나 이동 불편해소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용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관광객 유입은 여러 문제를 낳는 원인이 된다. 특히 시민들의 삶의 질 저하뿐만 아니라, 방문객의 관광경험 만족도를 감소시킴으로써 이것이 결과적으로 지역 이미지나 도시발전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레고랜드가 찬반갈등을 겪으며 어렵게 이뤄낸 지역의 산물인 만큼 강원도와 춘천시는 관광객의 과도한 집중이 일시적인 현상이 될지, 아니면 지속적이고 발전 가능한 현실이 될 것인지에 대한 정확히 진단해야 하고, 이를 토대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유명 관광명소일수록 단순히 산업적·경제적 속성에 한정시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문화적 산물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접근해야 지역이 바라는 성과를 이룰 수 있다. 과연 우리는 레고랜드 테마파크와 연계해 어떤 도시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것이 지역사회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 중 하나이다.

오홍석 (사단법인 인투컬쳐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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