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현 기자

‘군대문화, 꼰대, 나 때는 말이야, 요즘 애들은~, 군기 한번 잡아야겠네’ 이제 이런 말들은 없어질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가도 주변에서 아직도 저런 말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것을 보며 흠칫 놀랄 때가 있다. 

지난해 굉장히 현실적이라며 화제가 된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웹툰 원작 드라마 ‘D.P.’는 군대를 배경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군대문화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 직접 나서 요즘엔 많이 개선되어 달라지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할 정도로 군대에서조차 잘못된 군대문화를 바꾸고자 노력하는 시대이다. 

개선 여부가 사실이든 아니든 ‘잘못된 군대문화’에 대한 반성과 평가가 진행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심지어 군대에서조차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위계질서에 따라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고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군대도 아닌 회사에서 왜 군기를 잡으려고 하는가.

군기를 잡는 쪽은 직장 상사이고, 잡히는 쪽은 부하 직원이다. 즉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권력 문제인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바로 이런 문제에서 출발한다.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서 괴롭히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피해자는 씻기 어려운 고통을 겪으며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까지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부하 직원들이 직장 상사를 괴롭히는 경우도 가능하겠지만, 괴롭힐 수 있는 지위나 방법도 없을뿐더러 현실에서 그게 가능할 만큼 평등하지도 않다.  

올해 1월, 직장갑질119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접수된 신고는 1만7천342건에 달한다. 유형별로 보면 폭언이 35.7%로 가장 많았고, 부당 인사조치 15.5%, 험담·따돌림이 11.5%를 차지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이 주로 권력관계에 있는 사용자나 상사의 폭언이나 인사권 행사 등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풀무원 춘천공장에서 벌어진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입사한 지 1년도 채 안된 신입사원에게 “나대지 마라, 너는 갈수록 어리바리해진다, 말대답하지 마라” 등의 폭언과 험담, 부당한 업무 강요 등 20년 차 된 직장 상사들의 괴롭힘이 수 개월간 계속됐다. 상황이 불거지자 20년 차 된 직장 상사들이 오히려 신입사원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며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는 죽고 싶다는 심정으로 사건을 알렸고, 현재도 치료 중에 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실제로 다수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접하다 보면 가해자로 지목된 직장 상사가 조사 과정에서 본인의 가해 사실을 부정하거나,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 맞대응하는 사례까지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된 가장 큰 배경 중 하나가 왜곡된 조직문화와 상명하복식 위계라는 점을 인식하고, 사안 발생 시 조직 구성원 모두 과거의 악습과 단절하려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직장갑질119는 ‘직장 상사 5계명’으로 △까라면 깠던 옛날 기억은 잊습니다 △아랫사람이 아닌 역할이 다른 동료입니다 △호칭, 말 한마디, SNS 한 줄에도 예의를 갖춥니다 △휴가나 퇴근에 눈치 주는 농담을 하지 않습니다 △괴롭힘당하는 직원이 있는지 세심히 살핍니다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군기 잡을 생각하지 마시고, ‘직장 상사 5계명’이나 기억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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