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50만 이상 유치기대 … ‘어린이 수도’ 선포
공무원 무료 체험, 비판 거세 결국 취소

세계 10번째이자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인 레고랜드 코리아가 착공 11년 만에 준공됐다.

지난달 26일 강원도와 춘천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LLKR),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및 하중도 관광지 기반시설 준공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레고랜드 코리아는 축구장 면적(7천140㎡)의 40배에 가까운 하중도 28만㎡ 부지 내 7개 테마 구역(브릭스트리트, 브릭토피아, 레고 캐슬, 레고 닌자고 월드, 해적의 바다, 레고 시티, 미니랜드 등)에 40여 가지 놀이기구가 조성됐으며 다양한 쇼와 3천만 개의 레고 브릭으로 만든 1만5천여 개의 레고 모델이 전시된다. 154개 객실을 갖춘 레고랜드 호텔은 7월부터 이용할 수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지난달 26일 레고랜드 코리아 준공식이 열렸다. 준공식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놀이기구를 체험했다. ‘레고 무비’ 시리즈를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4D 영화관.  레고 브릭으로 재현한 서울의 주요 건물들       사진제공=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오는 5월 5일 공식 개장에 앞서 열린 준공식에는 최문순 도지사, 이재수 시장, 허영 국회의원, 닉 바니 멀린 엔터테인먼트 그룹 대표, 존 야콥슨 레고랜드 총괄사장, 곽도영 도의회 의장, 강옥희 관광재단 대표이사, 다문화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준공식은 유튜브 강원도 채널로도 생중계됐다.

‘열쇠 전달식’에서는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개발 책임자 양승모 상무가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김영필 사장에게 레고 브릭으로 특별 제작된 열쇠를 전달하며, 준공을 기념했다. 열쇠 전달식에는 레고랜드 어린이 기자단인 ‘키즈 리포터’도 함께 자리했다. 준공식 후 행사 참석자들은 7개 테마 구역을 둘러봤다. 어린이들은 드래곤 코스터, 드라이빙 스쿨 등의 놀이기구와 어트랙션을 직접 체험했다.

이어 강원도는 ‘어린이 수도 선포식’을 열고 춘천을, 레고랜드를 활용한, 어린이 수도라는 새로운 도시브랜드로 발전시켜간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최문순 지사는 “한국 최초의 글로벌 테마파크를 갖게 돼서 자랑스럽다. 강원 관광이 전혀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이라며 “레고랜드 개장이 눈앞에 다가온 만큼, 많은 분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닉 바니 멀린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준공이 마무리되기까지 큰 도움을 주신 지역사회 관계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레고랜드는 글로벌 테마파크로서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선사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는 연간 150만~200만 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원중도개발공사를 통해 800억 원을 부담한 강원도는 레고랜드 코리아에 연간 200만 명 이상이 방문해 5천900억 원이 넘는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레고랜드 향한 싸늘한 시선

레고랜드가 준공됐지만, 사업 기간 내내 이어져 온 비판적 목소리는 여전하다. ‘중도문화연대’는 준공식 당일 레고랜드의 진입로 춘천대교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레고랜드는 춘천의 부끄러움이다. 레고랜드 밑에는 파괴된 중도 선사유적이 울고 있다”며 “중도 선사유적 파괴, 혈세낭비, 불공정 계약, 특혜시비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레고랜드가 11년 만에 개장을 앞두고 있고 준공행사를 진행하는 오늘까지도 레고랜드는 각종 문제로 얼룩져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강원도는 소중한 중도 땅을 파괴하면서 일자리 9천 명 등 고용효과를 홍보했지만 3월 현재 정규직 161명 중 강원도 출신은 고작 93명이다. 도민 혈세로 비정규직만 양산한 것이고, 테마파크 연 매출이 400억 원이 되지 않으면 운영수익을 한 푼도 못 받는 상황이다. 교통대책 하나 만들지 못해 내놓은 대책이 입장객 제한이라니 한심할 뿐”이라며 강원도와 최문순 지사를 비판했다.

 2. 같은 날 중도문화연대는 춘천대교에서 시위를 벌였다.      사진 제공=중도문화연대

정의당 강원도당 또한 “3월 현재 채용인원 548명 중 계약직이 387명(70.6%)으로 정규직 161명(29.4%)”보다 두 배 넘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서 “정규직 중 강원 출신은 전체 채용인원 548명 중 17%(93명)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고용효과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강원도, 직원 대상 무료 체험 취소

강원도는 레고랜드 공식 개장에 앞서 도청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려던 무료 체험 행사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달 30일 이를 취소했다. 도는 4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도청 공무원과 가족을 포함 최대 5명에 한해 무료로 레고랜드 테마파크 체험 인원을 모집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일반인은 1인당 14만9천 원 상당의 한정판 이용권을 구매해야 해 특혜 논란이 일었다.

앞서 정의당 강원도당은 “레고랜드와 강원도는 도청직원 무료참여 행사를 당장 중단하고 지역사회 취약계층과 시민들에 대한 우선 제공을 재검토하길 바란다.” (사)강원평화경제연구소는 “일반 도민들은 사전예약·선별접수 등 레고랜드 이용이 어려운 반면, 도청 공무원 가족 1천 명에게만 무료체험을 제공하는 것은 또 다른 특권과 특혜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는 “체험행사가 레고랜드 준공에 따른 시설운영 부분과 교통대책에 주안점을 두고 진행되는 것이라면 굳이 도청직원과 가족들로 무료체험할 이유가 있는가? 지역사회에서 제기하듯 취약계층 가족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해도 충분히 점검이 가능”하며 “레고랜드 사전체험 기간은 9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이 춘천과 원주에서 진행된다. 강원도는 춘천시 공무원들에게 시험감독관 차출을 요구하고 있는데, 시·군 직원들에게 일을 떠맡겨 놓고 자신들은 테마파크 무료체험이나 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성명을 내는 등 비판적인 여론이 컸다.

도는 “당초 정식개장 준비를 위해 시설운영 미비점·고객 대응 교육을 목적으로 무료 체험자를 모집했으나, 현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인원이 모두 충원, 무리해서 도청직원 가족을 참여시키지 않아도 될 것으로 판단하여 취소했다”고 밝혔다.

레고랜드 준공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반으로 나뉘었다. 막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김 씨(55·퇴계동)는 요즘 자영업자들 특히 음식점 사장들이 정말 힘들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기왕 다 지어졌으니 앞으로 춘천에 관광객이 많이 찾아와서 춘천 소상공인들의 숨통이 트였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관광객들이 레고랜드 안에서만 먹고 놀지 않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최 씨(22)는 “서울 집에서 학교를 왔다 갔다 하는데 춘천에 올 때면 갖는 느낌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고층아파트도 많이 생기고, 꼭 저런 테마파크가 필요한지 모르겠다. 춘천만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 같다. 가족들과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에 갔을 때 그 안에서 먹고 놀았지 바깥의 가게에서 돈을 쓴 기억이 없다. 그래서 과연 춘천의 경제에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  일자리도 기대만큼 많이 생기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거대한 애물단지가 되지 않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는 4월부터 시험개장에 들어간다. 공식 개장은 오는 5월 5일 어린이날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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