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입시학원 원장 박현석

마테(die Mathematik). 독일어로 수학이라는 뜻이다. 영어 아닌 다른 외국어를 춘천에서 접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분명 좋아하는 그리고 필요로 하는 춘천사람들이 있을 것이기에 만나보았다. 

“어릴 때부터 좀 잘했어요(웃음). 대학 첫 1학년 때 토익 점수가 970점 정도였어요. 한국말처럼 유창하지는 않지만, 거부감이 없어서 그냥 들렸어요. 매일 100~200개 정도 단어를 외웠고 따로 공부를 해본 적은 없어요. 언어적으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웬만한 외국어는 금방 배우는 것 같아요.” 

독일 *워킹홀리데이

“강원대 독어독문학과에 입학했어요.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2학년까지 마치고 자퇴를 했어요. 군대에 갔다가 대학을 안 나와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좀 보여주고 싶어서요. ‘외국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독일 워킹홀리데이가 처음 시작된 때에요. 2009년~2010년이요. 워킹비자가 발급이 안 되던 시절이었는데 우연히 가게 됐어요. 편도로 무작정 갔어요. 비행기만 40시간 탔네요(웃음). 외국어를 좋아했어요. 영어권이 아닌 유럽 쪽으로 생각했었고 워킹 1세대를 밟아봐야겠다. 그 당시 워킹은 호주나 필리핀으로 많이 갔어요. 독일은 거의 없었죠.”

무작정 갔던 독일이었다. 놀러 가는 것이 아니었고 26살이었다. 베를린에 새벽 2~3시쯤 도착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지금처럼 정보 공유도 쉽지 않았다. 공항에서 무작정 앉아 있다가 첫 버스 타고 베를린 시내로 나가 방부터 구했다. 그렇게 시작했다. 

* 워킹홀리데이는 협정 체결 국가 청년(대체로 만 18~30세)들이 상대 국가에 체류하면서 관광, 취업, 어학연수 등과 함께 현지의 문화와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제도이다.

독일 취업과 대학입학

“다른 나라는 언어가 안 돼도 일을 주는데 독일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어학원에서 두 타임, 개인과외도 하면서 하루에 3번 공부했어요. 3개월 정도 만에 대학입학 기준이 되는 시험에 합격했어요. 제일 처음 일한 곳이 면세점이었어요. 면세점 단골손님이 권해서 재독 한인 여행사에 취직을 했어요.”

워킹으로 시작한 독일 생활이 취업으로 확장됐다. 그런데 일하면서 보니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보였다고. 외국에서도 대학 졸업 없이 성공한다는 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고 돌연 공부로 전향했다. 2번째 도전으로 입학했다. 

찬란하지 않았던

“독일 생활에서 가장 힘든 게 음식이었어요. 짜요. 빵을 싫어하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유학 생활이 찬란하지 않고 불쌍해요. 돈도 생각보다 많이 들고. 몸무게가 52~3킬로 정도였어요. 방학에 한국에 왔는데 공항에서 부모님이 보시고 너무 놀라셔서 바로 병원에 입원시키셨어요. 전체적으로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으니 가지 말라 강권하셨고요. 중도에 한국에 돌아와서 강원대에 재입학했어요. 수업을 들어보니 방언이 섞여 있고 통일 전에 배우신 수준으로 강의가 진행됐어요.” 

졸업하고 MBC에서 연락이 왔단다. 졸업하고 통·번역하고 있던 시절 영상번역 문의가 들어와서 시작했다. 창사 몇 주년 기획 다큐멘터리 영상번역이었다. 

수학에 더 가까운

“번역과 통역하는 사람들에게 방송 쪽은 엄청 메리트가 있어요. 그런데 독일어 수요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알바로 수학 입시학원에서 영재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수학을 원래 좋아했거든요. 무엇을 찾아간다기보다 현실 쪽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죠. 독일어로 버는 것 보다 어느 순간 수학 수입이 많아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잘 가르치면 춘천은 소문이 잘 난다고 한다. 이런 춘천의 특수성으로 수업이 물밀듯이 들어왔다고. 입시학원의 부원장 자리 제의가 들어오고 어느 순간 독일어를 놓게 되었다. 

“독일어와 수학. 지금은 수학에 더 가까워요. 더 좋아하는 쪽은 독일어지만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구분을 해나가고 있어요. 앞으로의 방향은 수학이겠죠. 독일어와 수학을 같이 하는 곳은 없을 거예요. 다른 분야인데 제가 생각해도 독특해요.” 

 새로운 관심사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자격증 공부 중이에요. 회계관리사 공부도 하고. 다른 언어도 해보고 싶은데 대부분 시간을 독일어, 수학에 쓰다 보니 여유롭지 않아요. 여유가 없는 직업은 아니지만, 남들과 시간대가 다르다 보니 점점 독일인처럼 되는 것 같네요(웃음). 독일 사람들이 혼자서 책 많이 읽고 생각하고 그래요. 최근에는 책만 엄청나게 보고 살고 있어요. 한 달에 20권은 기본으로 읽어요. 집과 학원에 책만 쌓여가네요.” 

가능하면 대학을 다시 꼭 들어가고 싶다. 임용고시를 보는 게 목표라고. 학원에서 일하면 돈을 많이 벌고 공교육의 풀이법 등이 안 맞기는 하지만 이 길의 끝을 교사로! 독일어는 유학컨설팅으로, 수학은 임용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로망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요즘 학교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이 서술형이잖아요. 오히려 관심은 없어요. 자기만족인 것 같아요. 임용고시에 합격한 사람이라는. 학원이 저한테 맞아요. 조직시스템보다는 개인적인 느낌이요(웃음).” 

세대들 바라보는 시선

“스스로 꼰대가 되고 있어요. 안 하려고 하는데(웃음). 아이들에게 스승은 아니고 선생님이라고 이야기해요. 인생의 멘토로 도움을 주고 싶기도 하지만 우리 세대하고 가는 길과 꿈 자체가 달라요. 인식과 삶의 질이 달라졌는데 우리 잣대로 살 수가 없잖아요. 요즘 유행하는 게임도 같이해요. 철이 안 들어요. 그래서 제가!(웃음)”

독일어, 수학, 아이들, 교육으로 살아가는 사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구분해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 함께 하는 아이들과 시선을 맞추는 사람. 그를 만나보았다.

백종례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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