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창수(시인)

#신문

도올의 ‘동경대전’ 강의 가운데 〈윤석열이 개판칠 거라는 얘기는 하지 말자, 나라는 살아야 하니까〉라는 설명이 붙은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가 “앞으로 5년 동안 나는 신문을 보지 않겠다”는 대목에서 꽤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 비슷한 얘기를 하는 지인들 생각이 났던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쩌다 막강한 대중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의 입에서 “신문을 보지 않겠다”는 얘기가 나올 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싶어서였다.

노무현 정부 때 이창동이 문화부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극우언론과의 싸움이 시작되었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데, 세월이 무려 15년이나 지난 지금 상황이 더 심각해져 있다는 사실이 엄연한 현실임에도 잘 믿어지지 않는다. 이 상황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재가 차고도 넘치지만, 그 차고 넘치는 기재들이 또한 하나같이 불명료함의 이유라 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만은 명료하다. 그것은 박근혜의 대구 사저에 밀려드는 사람들의 발길만큼이나 명시적이다. 언명하자면 “잘못한 사람들은 차고 넘치는데 반성하고 성찰하는 자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다.

하나의 입으로 두 개는 고사하고 네다섯 개씩, 일고여덟 개씩 서로 다른 말을 지껄이는 언론을 언론이라고 해야 하는 희비극이 우리의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 이게 사라지리라, 개선되리라, 믿을 수 없다는 것 - “5년 동안 신문을 보지 않겠다”는 말에는 이 속절없는 절망이 깊게 녹아 있다. 이명박 때와 박근혜 때 버릇처럼 들먹이던 “악법을 폐기하는 지름길은 악법을 시행하는 것”이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다시 또 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참 힘 빠지는 일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5년 동안 신문에서 눈을 떼지 않을 것이다. 울화병에 걸려 죽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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