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희 대학생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에서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시위의 골자는 장애인 이동권·탈시설권리 보장과 장애인권리 예산 반영이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예산 반영이 ‘의무’가 아닌 ‘임의’ 조항으로 통과된 바 있어 기재부의 장애인권리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들은 평일 출근 시간대 위주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잇따른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대중교통 운행의 지연 및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5호선 왕십리역에서 장애인 시위 참가자 중 한 명이 실랑이를 벌이다 개조한 휠체어를 돌진시켜 스크린도어가 파손되었다. 인천국제공항철도에서의 시위로 승객들이 비행기를 놓치거나 놓칠 뻔한 상황도 발생하였다. 서울교통공사는 시위로 인해 3천만 원 가량의 손해가 발생했으며 시위 관련 민원은 2천559건, 요금 반환이 4천714건이라고 밝혔다.

시위 장소가 주무부처가 아닌 대다수 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철, 하필 출근길에 한다는 점에 대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전장연 측은 이는 시민들의 관심을 더 이끌어내기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전장연이 주무부처인 기재부 소유 건물에서 87일간 농성을 벌였지만, 이에 관한 관심은 현저히 적었다. 오랫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이들의 목소리가 모처럼 대중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시위의 본래 목적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다가도, 자신의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전장연 측의 홈페이지에는 항의 댓글이 이어지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지하철 시위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또 한 남성 승객이 “할머니의 임종을 지키러 가는 중”이라며 항의를 했는데 이런 울분 섞인 절규에 한 시위 대원이 형식적인 사과와 함께 “버스 타고 가세요”라고 대응하는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알려졌다. 이는 시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크게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전장연 측은 앞으로도 이와 같은 방식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들과 시민들을 향해서도 “출근길 지하철을 타는 것 때문에 수많은 욕설과 혐오 표현은 감당하겠다. 출근길에 보내는 시민들의 욕설을 이해한다”면서도 “‘욕의 무덤’에 들어가서라도, 대한민국 사회가 20년을 외쳐도 중증장애인들의 기본적이고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무관심과 불평등의 사회는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논쟁이 일고 있다. 전장연 측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장애인 관련 예산 보장을 약속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방문해 장애인 이동 권리 증진을 위한 예산 확대와 지원 의무화를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시위를 겨냥하여 “전장연은 서울시민의 출퇴근 시간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민정 의원은 시민들이 조금 불편해도 참아달라며 시위를 옹호하고 이준석 대표를 비판했다. 김예지 의원은 이날 시위에서 “정치권을 대신해서 제가 사과드린다”며 “적절한 단어 사용이나 소통을 통해 마음을 나누지 못해 죄송하다”며 이 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했다. 여당 역시 이준석 대표의 강도 높은 비판에 유감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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