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태 (전교조강원지부 정책실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대통령선거가 끝이 났다. 대선이라는 그들만의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야 했던 국민들은 현기증과 함께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지속가능한 대통령제인가 의문이 터져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선은 교육에 관한 논의가 완전히 실종되었다. 우리 아이들의 살아가야 할 세계를 위해 무엇을 가르쳐야 하고 어떠한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어떠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몇 가지 예상되는 교육계의 중요한 변화를 이야기하고 지면을 통해 독자들에게는 정확한 정보와 당선자에게는 간곡한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고교 선택권 확대와 수월성을 추구하기 위해 자립형 사립고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는 대통령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만 개정하면 된다. 그러므로 자립형 사립고를 2025년까지만 운영하고 일반고로 전환하여 공교육 정상화를 도모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교육비가 다시 올라가고 학생들에게 과도한 경쟁이 강요되는 등 사실상 고교입시가 확대되고 부활하는 결과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선택과목의 확대를 통해 진로탐색 기회의 확대를 전면에 내세운 고교학점제도 큰 엇박자가 나며 표류할 것이다.

또한 당선인은 교육공약으로 “학업 성취도와 격차를 파악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전체 학생들에게 학력 평가를 실시하겠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전반적인 학력 저하 및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해서임을 내세우지만, 학교에 나와 정상적인 수업과 따뜻한 보살핌도 받지 못했던 우리 학생들을 획일적 시험과 경쟁의 울타리로 몰아넣지 않을까 벌써부터 많은 교사들과 교육 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대학입시제도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강원도 지역 학생들의 입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시전형은 학생들의 학업성적은 물론 교사의 관찰에 기초한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을 생활기록부에 반영하고 대학은 학생의 학업수행 과정과 종합적 면모를 꼼꼼히 살펴보아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수시전형은 ‘고교교육의 정상화’라는 대의에 기여하고 대학입학 후 학생들의 학업에도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또 지역 간, 학교 간 격차를 해소하는 다양한 전형의 하나로 많은 지지와 공감대를 얻고 있었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정시 비율이 확대될 경우 대입에서 수능 영향력이 함께 확대될 것이며, 이렇게 될 경우 막대한 사교육비가 지출되는 재수·삼수생의 수험생활에 대한 지원이 가능한 고소득층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듯 ‘정시는 공정하고 수시는 불공정하다’라며 단순하게 판단할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평생 검사 일만 하다가 갑작스럽게 대선후보로 부상한 당선자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가 검사인 시절부터 국민들에게 강조했던 법치국가, 대한민국으로서의 위상을 배움의 공간인 교육에서부터 바로 세워주길 바란다.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는 헌법 정신을 수호하는 일에 당선인이 앞장서길 바란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길러야 한다”라는 교육기본법의 이념과 목표도 잊지 않길 바란다. 학교 안의 차별과 불평등이 해소되고 교사들이 교육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학생들이 학교에서부터 먼저 인간의 존엄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선인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겠다고 일찍이 선언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예외로 두었으리라 믿는다. 언제나 아이들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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