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한끼’ 크리에이터 김종훈

최근 아웃도어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면서 캠핑·여행·등산·낚시 등 레저 관련 유튜브 채널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중 ‘캠핑한끼’는 자연·캠핑·요리 등이 담긴 10분 남짓한 영상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자연의 품으로 향하는 여정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고, 한 끼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시점 샷 위주의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에 있는 듯한 대리 만족과 힐링을 선사한다. ‘캠핑한끼’의 크리에이터 김종훈 작가(43)를 만났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 지 얼마나 됐나? 

2014년에 첫 영상을 올렸다. 약 8년 됐다.

사진 제공=김종훈

이전의 삶이 궁금하다.

춘천에서 나고 자랐다. 온라인 게임회사 마케팅 담당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주말에는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그러다 사진에 좀 더 몰두하려고, 2009년 무렵 가로수 길에 스튜디오(ireum studio)를 시작했다.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즐비한 그곳에서 프로필·화장품·주얼리·반려동물 사진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밤낮이 바뀌고 휴일도 없고, 일거리와 수입 등 모든 게 불규칙했지만 좋은 스튜디오를 차리겠다는 목표를 위해 참고 견디며 오직 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춘천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삶에 전환점이 된 전화일 것 같다.

그렇다. 장학리에서 ‘카노아’라는 카누 공방을 운영하는 친구인데, “카누 화보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네가 좀 해줘!” 친구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처음 카누를 탔다. 자연 속에서 느린 시간을 보내니 살 것 같더라. 이후 친구와 함께 소양호·동강·홍천강 등 강원의 곳곳에서 카누를 타며 캠핑을 시작했다.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영상을 찍었다. 그저 평범한 영상이었는데, 친구가 편집하고 음악을 더해 온라인에 올렸더니 정말 멋있고 감동적이더라. “이게 뭐야?” “유튜브라는 건데 이렇게 해서 영상을 올릴 수 있어.” 고백하자면 당시 난 영상편집은커녕 유튜브가 뭔지도 몰랐다. (웃음) 

그러다 전국 곳곳의 펜션 인테리어 사진을 찍는 일을 맡게 됐는데, 가는 김에 혼자 캠핑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일을 마친 후 소소한 솔로 캠핑 영상을 촬영하고 처음 만든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채널 이름은 스튜디오 이름과 같은 ‘ireum studio’였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영상을 찍고 편집까지 하게 된 거다. 

사진 제공=김종훈

‘캠핑한끼’ 컨셉은 어떻게 시작됐나?

뭔가 다른 걸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에 일본과 미국 등 해외 부시크래프트(bushcraft, 최소한의 장비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연물을 최대한 활용한 캠핑) 영상을 많이 봤다. 그리고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제법 잘한다. 그래서 ‘캠핑을 하며 한 끼를 해 먹는, 캠핑 요리 채널을 하자.’ 그렇게 시작됐다. 2017년에는 채널 이름을 ‘캠핑한끼’로 바꿨다.

콘텐츠 업로드 주기가 길었던 이유가 있었나?

보통 한두 달에 한 편, 길게는 6개월 만에 올린 적도 있다. 사진작가라는 본업이 우선이었고, ‘캠핑한끼’는 취미로 생각했기 때문에 시간 날 때 한 편 정도 만드는 게 즐거웠다. 

사진 제공=김종훈

2020년 겨울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유는?

코로나로 인해 스튜디오 운영이 어려워졌고 몸과 마음이 지쳤었다. 서울에서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 사실 훨씬 전부터 서울을 떠나고 싶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 스튜디오를 옮겨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옭매었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스튜디오가 없으면 어때!’ ‘이게 없으면 더 자유로울 텐데!’ ‘배낭에 카메라를 담아 차에 오르면 어디든 갈 수 있잖아!’ 홀가분하게 춘천으로 돌아와 전업 크리에이터로 삶을 전환했다. 

춘천이 맞나 싶을 만큼 아름답고 때로는 낯설다. 비결이 뭔가?

“춘천이 아닌 것 같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모두 춘천이고 강원도다. 춘천의 자연이 정말 예쁘다. 그리고 사진작가라는 직업 덕분에 다양한 장비 활용이 가능하다.

어떻게 정성을 들이나?

내가 느끼는 자유로움과 힐링을 그대로 전하고 싶어서 시점 샷이 많다. 인트로 영상은 다양한 곳에서 촬영하여 음식과 잘 어울리게 편집한다. 요리 과정도 영상과 소리를 잘 조화시켜 킬링 포인트를 정확하게 잡아내려고 노력한다. 솔잎에 삼겹살을 굽는 영상의 경우, 지글거리는 소리와 피어오르는 연기에서 “향기가 느껴진다. 대박이다”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요리를 선택하는 기준은?

우선 제철 음식을 선호한다. 봄에는 두릅 튀김 등 계절을 느낄 수 있고 시청각적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음식을 택한다. 또 조회수도 중요하기에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육류도 즐겨 선택한다. 그렇다고 삼겹살을 계속 굽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 다양한 요리법을 고민한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별일이 많다. 화천의 한 사유지에서 촬영할 때였다. 촬영 준비를 마치고 잠시 손을 씻고 돌아오니, 한우 채끝살은 온데간데없고, 지인의 진돗개가 기분 좋게 입맛을 다시고 있더라. 그 촬영은 접었다. (웃음) 

자연에 머물 때 어떤 생각을 하나?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새 소리, 계곡 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따려고 길게는 6시간 동안 숲에 머문다. 자연이 내는 소리 말고는 나의 숨소리만 들린다. 온전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그렇게 나를 멈춘다. 

캠핑 열풍이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사소한 행동이 미래 세대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숲에 불이 나면 토양의 미생물이 다 파괴되어 온전히 회복하려면 100년이 걸린다. 자연의 소중함. 내가 가장 우선시하는 점이다. 그래서 불을 피우는 장면은 사유지 등에서 안전하게 진행하고 쓰레기는 모두 가져온다.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많은 돈 들이지 말고 핸드폰 하나로 일상에서 가볍게 시작하라. 춘천의 직장인이 어느 날 갑자기 여행 유튜버가 되기는 어렵다. 내 경우, 친구 덕분에 카누 캠핑을 하면서 영상을 찍고 유튜브에 올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다 짬을 내 소소하게 촬영·편집해서 올려 본 다음, ‘캠핑 한 끼’라는 정확한 컨셉을 정하는 순으로 발전했다. 그러니까 자기가 일상에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걸 찍어 올리면 된다. 그러면서 조금씩 실험하고 발전하는 게 좋다.

크리에이터로서 보람은?

10대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시청자들로부터 ‘캠핑한끼’ 덕분에 나도 새로운 걸 시작했다는 메일을 받는다. 취미를 공유하려고 시작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동기부여와 영감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자연에서 즐기는 느리고 여유로운 다양한 아웃도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싶다. 같은 생각을 지닌 크리에이터들을 소개하는 콘텐츠도 늘리고 싶고 공적인 활동도 하고 싶다. 강원 미디어체험 페스티벌에서 강원도를 적극적으로 알린 것을 인정받아 대상(2019)을 받았다. 또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힘든 양돈 농가를 위한 캠페인(2019), 춘천관광두레의 지역 전통주 홍보 영상(2020), 춘천 로컬크리에터들과 협업한 ‘물의 감정 프로젝트’(2022) 등에 참여해왔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춘천시와 함께 춘천의 아름다운 자연을 널리 알리고 싶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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