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종합시장 이야기 ①] 춘천의 첫 번째 백화점이었던 시장
[제일종합시장 이야기 ①] 춘천의 첫 번째 백화점이었던 시장
  • 김효화(춘천원도심 상권르네상스 사업단장)
  • 승인 2022.04.1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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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화(춘천원도심 상권르네상스 사업단장)

영서지방 최고의 구경거리, 제일백화점 

1984년 12월, 춘천에 첫 백화점이 생겼다. 제일백화점이었다. 대도시의 백화점처럼 삐까번쩍 하지는 않지만, 춘천에서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대형 건물에 메이커 의류를 비롯한 패션잡화와 생활용품이 백화점을 가득 메웠다. 지하 1층, 지상 3층, 연건평 1만 26㎡ 규모에 총 260여 개의 점포가 들어섰다. 브랜드 의류부터 중장년층 의류, 신발, 한복, 홈패션, 이불, 그릇, 가구, 시계, 귀금속 등 살림살이에 필요한 물건이 지상 3층에 빼곡히 채워졌다. 춘천 사람들은 물론이고 홍천, 화천, 양구, 가평, 청평 등에서 구경을 왔다. 대학생들은 자취를 위해 살림 도구를 사러 들렀다, 결혼할 이들은 혼수를 준비하기 위해 부모님과 함께 단골집을 찾아왔다. 사람들이 어깨를 밀며 물건을 구경하고 다녔다. 

지하 1층은 식당가였다. 중국집, 한식당, 순댓국집 등이 성업했다. 한때는 대형 나이트클럽이 생겨 춘천의 밤 문화를 주름잡았다. 춤을 가르치는 교습소도 있었다. 가볍게 한잔 걸치는 선술집에는 동네 남자들이 북적거렸다. 

춘천에서 가장 크고 다양한 혼수용품 시장

본래 제일백화점에는 시장이 성업하고 있었다. 1978년 문을 연 제일공설시장이 그것이었다. 과일을 비롯해 배추, 감자, 옥수수 등 춘천 근교에서 재배된 것은 물론 서울 가락시장에서 내려온 싱싱한 농산물이 도매되는 시장이었다. 경매도 이루어졌다. 

시장 옆으로는 으레 먹거리 장터가 섰다. 이미 중앙시장이 생길 때부터 있었던 순댓국 골목이 제일공설시장이 생기면서 더 성업했다. 줄줄이 늘어선 순댓국집들은 길가에 커다란 솥을 걸고 버글버글 순댓국을 끓여냈다. 장사를 마치고 주머니가 두둑해진 장사치들은 숭덩숭덩 썬 순대와 얼큰한 순댓국에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였다. 길바닥에서 햇살과 바람을 맞으면서, 이웃과 하루의 피로를 털어내며 마시는 술과 국의 맛은 일품이었다. 

그때 줄을 서 있던 순댓국집들은 제일백화점이 세워지면서 제일종합시장과 중앙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일종합시장 지하 1층 진향식당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40년 넘게 한자리에서 순댓국을 팔고 있다. 진향식당은 제일종합시장의 명물이 됐다. 길성식당, 금선식당 등은 중앙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길성식당은 벌써 한국전쟁 전부터 영업을 해왔다.

1980년대 초 농산물 경매 및 판매 등에 관한 권한을 춘천원예협동조합이 갖게 되면서 제일공설시장은 문을 닫았다. 그 자리에 제일백화점이 들어선 것이다. 제일백화점은 점포주들에게 분양권을 판매했으며 점포에 대한 권리를 가진 소유주들이 합자회사를 세워 제일백화점을 관리했다. 

1984년 당시 춘천의 인구는 춘성군까지 합해도 20만 명에 불과했다. 백화점을 운영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3년여의 운영 끝에 제일백화점 소유주들은 백화점을 시장으로 전환하고 중저가형 제품을 파는 점포로 구성하기로 했다. 1987년 리모델링 후 제일백화점은 제일종합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이유로 제일종합시장의 외벽에는 지금도 영어로 ‘Jaeil Department Store’라고 새겨져 있다. 

2002년부터 2003년까지는 1년 1개월 동안 춘천시의 지원을 받아 재래시장 현대화사업을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일종합시장 상인들은 한결같이 한 자리에서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살림살이로 꽉 찬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깔끔하고 환한 건물 안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흘러 다닌다. 30년 넘는 단골들은 매일 가게 앞을 서성이고, 가게 문이 열리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시장 안에서 손님과 사장이 마주 앉아 수다도 떨고 밥도 먹는다. 널찍하고 깨끗한 시장 안에서 날마다 모락모락 정이 피어오른다. 

김효화(춘천원도심 상권르네상스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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