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책방 본책 이사장 박제현

춘천시청 서문 인근, 옥천길에 2021년 6월 춘천 최초의 공유책방이 문을 열었다. 책방이라고는 하지만 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책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공유책방 본책.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공유책방 본책의 박제현 이사장을 만나 1년간의 이야기와 앞으로 만들어갈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유책방 본책 이사장 박제현 

공유책방이라는 컨셉이 특이한데요, 어떻게 공유책방을 하게 되셨나요?

 “서울에서 교육사업, 영상 관련 사업을 하면서 제법 안정적이고 편한 삶을 살았는데요, 언제나 마음속으로는 춘천에서 책방을 하고 싶다는 로망을 품고 살았던 것 같아요. 50대가 되면서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걸까’ 고민들을 하게 되었고, 결정적으로는 코로나가 제 결심에 불을 붙였죠. 집이 있는 분당에서 사무실이 있는 용산까지 매일 왕복 3~4시간을 다니면서도 힘든 줄 모르고 살았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사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리고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버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말 한마디 나누지 않는 ‘완벽한 고요’에 두려움이 밀려오더라고요. 여러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고민되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존재론적인 고민이 더 컸기 때문에 춘천에 내려오기로 결심을 하고,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책방을 열게 된 거죠. 단순한 책방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하는 책방, 사람이 남는 책방을 하고 싶어서 협동조합 공유책방 본책을 하게 된 겁니다.”

협동조합의 운영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작년 1월 책을 좋아하는 네 명이 모여 협동조합 모델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5월에 설립인가를 받아서 6월 말에 현재의 협동조합 공유책방 본책의 문을 열었습니다. 3명의 후원조합원과 12명의 활동조합원으로 나눠 활동하고 있으며, 조합원 외에 185명의 회원이 있어요. 책방을 운영한 지 1년이 조금 안 된 것에 비하면 지역에서 자리를 잘 잡았다고 생각하는데요, 지역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며 사회적 기반을 갖춘 조합원들이 있었기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회원은 월 1만~3만 원의 회비를 내고 가입할 수 있고 본책의 운영시간인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 사이에 방문하여 이용이 가능합니다.”

춘천이야기꾼양성과정 김유정문학촌답사

본책에서는 어떤 활동들을 하셨으며 앞으로 어떤 시도를 하실 계획인가요?

“처음에 공유책방 본책의 모델을 구상할 때부터 ‘어른들의 놀이터’를 지향했어요. 지역 내의 도서관 대부분은 어린이 및 청소년 중심의 책이나 문화활동이 많으니, 본책은 50대 전후를 타겟으로 한 어른들을 위한 문화활동과 커뮤니티 모임에 주력했습니다. 지난 1년간은 특강 위주의 활동이 많았다면, 앞으로는 회원 스스로 하고 싶은 활동을 제안하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많은 회원분들끼리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이어오다가 최근에 ‘The 찾다연구소’라는 모임을 만들어 자체적인 기획 및 활동을 하고 있고요. 일반인 대상의 낭독회 모임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1년간 지역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에서 시작된 인문학 특강 및 모임을 통해 본격적인 춘천 스토리텔러, 춘천 이야기꾼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보자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 ‘춘천이야기꾼양성과정’이 현재 본책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강의, 정보전달, 유희 및 놀이의 공간을 넘어서 사람이 중심이 되고, 사람이 성장하는 공간이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하루하루 즐겁게 놀다 보니 다양한 생각들이 만나고 연결되고 있어요. 또한, 책방이니까 책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펀딩을 통해 책 출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책방의 공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계신가요?

“하드웨어적인 공간의 역할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공간은 상상하는 곳이지 터전일 필요가 없어요. 다른 공간의 플랫폼이 될 수도 있고요. 책방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정신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나누고 이 공간을 기회로 다른 상상력으로 확장되기만 한다면 된다고 생각해요. 춘천이 좋은 이유 중의 하나가 내 상상력의 범주에 도시가 있다는 점이에요. 일반적으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를 인간의 상상력의 범주라고 보는데, 춘천은 대부분 걸어서 1시간 반 이내에 있기 때문에 도시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상상하기 쉽죠. 공유책방 본책은 사람들의 상상력이 확장되도록 돕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춘천이야기꾼양성과정 권혁진(강원한문고전연구소장) 강의

문화도시 춘천에서 본책은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신가요?

“아이들이 수영이나 축구를 배우고 놀이도 배우잖아요. 그냥 노는 것은 없어요. 아이들은 배우는 과정이 놀이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죠. 그런데 어른들에게는 그 누구도 노는 법을 알려주지 않아요. 안 가르쳐주니까 못 노는 건 당연한 건데, 어른들이 놀지 못하고 사고가 유연하지 못하다고 핀잔을 주죠. 어른들에게 노는 것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50대 후반에서 60대를 위한 문화학교를 제안하고 싶어요. 다양하게 노는 방법을 알려주고 네트워크를 강화해서 서로를 신뢰하고 지지하는 문화학교, 그 문화학교가 제대로 정착되면 도시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국제연합(UN) 기준의 65세 이상 인구는 고령인구로 분류, 고령인구가 총인구에서서 차지하는 비율이 20%일 경우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2021년 11월 기준 춘천의 고령인구 비율은 18.6%에 달해 초고령사회에 근접해 있다. 저출산, 초고령화, 생산인구 감소 등으로 지역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초고령사회 계획 수립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박제현 이사장이 제안한 춘천형 시니어 문화학교가 우리 지역의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    

정미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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