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경 (큐레이터)

아트페어는 1970년에 설립된 국제적인 미술시장인 아트바젤 이후 다양한 형태로 전 세계에서 이어져 오고 있다. 정해진 기간 수많은 갤러리가 참여하는 아트페어는 컬렉터를 포함한 미술계 관계자들이 대거 모이는 축제이다. 갤러리에 소속된 작가에 대한 프로모션과 네트워킹의 자리이므로 비교적 많은 부스 비용을 지불하고 참여한다. 이처럼 갤러리들이 앞다퉈 참여하는 아트페어의 존립 이유는 거대 규모의 경매사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경매사와 비교하면 규모가 작고 특성이 다양한 갤러리들이 서로 모여 컬렉터를 공유하고, 관람객 역시 한 번에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2010년 들어 정부는 국내 미술품 유통 활성화를 위해 갤러리에 소속되지 않은 작가들도 참여할 수 있는 대안 시장을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2016년 이후 아트마켓의 형식과 과정 자체를 새로운 관점으로 전환하고 다각적인 플랫폼으로 모색되기 시작하였다. 퍼포먼스 등 비물질 작업을 미술시장에 유통시키고자 한 “퍼폼”, 매해 새로운 컨셉으로 수백 명의 작가들의 참여와 판매성과를 이뤄낸 “유니온아트페어”, 정방형의 박스를 작은 전시관으로 전환시킨 “팩”, 블라인드 형식과 쇼핑몰을 결합한 방식으로 사진판매시장을 연 “더 스크랩”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이후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과 유통의 증가는 비수도권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다. 지역의 예술가들을 위한 새로운 창작환경을 도모하고 수도권 중심적인 미술시장의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다. “순천아트페어”. “아트리움전주”, 청주의 “로그아트 재美지GO”. 충주의 “예술하라-예술편의점”, 대구의 “아트인터뷰페어” 등이 대표적이다. 강원도에서도 강원미술시장축제를 통해 2016년부터 “사求8考”(2016), “아트로드-미로”(2017), “인터View”(2018), “그림 보러 가지 않을래”(2021) 등 다양한 작가미술장터를 추진해 온 바가 있다.

지난 4월 17일까지 개나리미술관에서는 “개나리아트페어”를 개최하였다. 춘천 작가들이 모이는 독자적인 아트페어가 존재하지 않는 지역 환경 속에서 작지만 새로운 시도를 통해 미술시장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자 하였다. 청년예술가들의 참여를 통해 다양한 경향의 작가들을 소개하는 자리가 된 동시에, 판매실적에 있어서도 큰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지역 미술관계자와 예술가들 간의 네트워킹이 이루어지는 장이 되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루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앞으로 강원도 춘천이라는 도시를 기반으로 동시대 미술 창작의 흐름과 지역의 자산들을 연결하고 대안적인 예술 생태계를 타개해 나갈 미술시장의 형성을 기대해 본다.

정현경(큐레이터)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