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프로덕션 ‘도모’ ‘김유정 프로젝트’ 〈동백꽃〉
‘극장식당’ 개시, 지역 먹거리·배우들 직접 서빙

“관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공연을 보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인사드리는 게 참 오랜만입니다.”

지난달 22일 19시 실레마을에 자리한 문화프로덕션 ‘도모’의 소극장 ‘아트팩토리 봄’, 150여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 앞에서, 황운기 대표가 상기된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황 대표의 달뜬 인사가 끝나자 음악극 〈동백꽃〉의 첫 공연이 시작됐다. 김유정의 작품들을 ‘도모’만의 색깔로 재해석하여 올해부터 3년간 매년 2~3편의 작품을 선보이는 상설공연 ‘김유정 프로젝트’의 대장정이 첫걸음을 내디뎠다. 

〈동백꽃〉은 여러 장르의 음악과 퍼포먼스로 2022년의 관객들에게 김유정의 정수를 맛보였다. 

이날 공연이 특별했던 건 ‘극장식당’이 첫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예약한 관객들은 공연을 관람한 후 2층에 마련된 ‘카페 떼아뜨로’(Cafe Teatro)에서 식사를 하며 〈동백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감동을 이어갔다. 18세기 프랑스 살롱문화의 실레마을 버전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 있는 ‘해녀의 부엌’에 이어 두 번째 사례이다. ‘해녀의 부엌’은 제주 해녀의 삶을 연극으로 공연하면서 해녀들이 채취하고 기른 제주산 해산물로 꾸민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도모’의 시도는 완화된 방역대책과 더불어 기지개를 켜는 지역 공연예술계의 상징적 장면이다. 이날 저녁 메뉴는 닭갈비 스테이크였다. 〈동백꽃〉에 등장하는 닭에서 아이디어를 따왔으며 닭갈비 명인 그린식품 강명희 대표가 참여했다. 또 실레마을에 자리한 양온소 ‘예술’의 탁주(‘만강에 비친 달’) 등을 제공하며 지역 상공인과의 협업 및 홍보의 장이 됐다. 몇몇 관객은 식사 후 탁주를 구매하기도 했다.

공연 후 이어진 ‘극장식당’에서 ‘점순이’(김수민)가 서빙을 하고 있다. 

관객과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이색 풍경도 펼쳐졌다. 공연을 마친 배우들이 직접 서빙을 하며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식사를 즐겼다. 황운기 도모 대표는 “평일 오후 7시쯤 공연을 올리면 관객들이 밥을 먹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연도 보고 식사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이후에는 공연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구성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연과 식사를 모두 즐긴 시민 최 씨(30·후평동)는 “작품과 연결된 음식이라는 아이디어가 재밌다. 또 배우들로부터 서빙을 받으며 대화를 나누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공연 관람 후 다른 곳에서 식사했다면 공연의 감흥이 식었을 텐데, 식사가 공연의 연장이 되는 ‘극장식당’은 감동이 계속 이어져서 정말 좋다”라고 말했다.

음악극 〈동백꽃〉도 신선했다. 원작은 사춘기 남녀가 사랑에 눈뜨는 과정을 김유정 특유의 서정과 해학으로 밀도 높게 묘사한 작품이다. 서울 대학로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해 온 우상욱 연출은 주인공 ‘나’(강산하)와 ‘점순이’(김수민)의 이야기를 살리면서, 주인공들의 닭 5마리(반수민·최희은·방종혁·조수연·우현지)를 《춘향전》의 등장인물(몽닭·춘닭·방닭·향닭 등)로 변신시켜 해학적 재미를 높였다. 배우들은 국악, 트로트,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맞춰 흥겨운 퍼포먼스를 펼치며 2022년의 관객들에게 김유정의 정수를 맛보였다. 

〈동백꽃〉공연 기간에는 닭갈비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

공연부터 식사까지 제대로 된 상을 차렸다. 이제 소문을 내어 춘천뿐 아니라 수도권 관객의 발길을 모아야 한다. ‘김유정문학촌’, ‘책과 인쇄박물관’ 등 실레마을의 명소들과 연계된 다양한 프로그램도 필요하고, 지역 상공인들과 협력하여 지역 먹거리 밀키트와 굿즈 판매까지 이어지면 금상첨화일 테다. ‘도모’의 도전이 제주 ‘해녀의 부엌’ 같은 성공 사례가 되길 응원한다. 한편, 음악극 〈동백꽃〉은 5월 15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토·일요일 오후 4시에 볼 수 있다. 7월에는 〈소낙비〉(황운기 연출), 9월에는 〈금 따는 콩밭〉(변유정 연출)이 찾아오며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새로운 먹거리도 선보일 예정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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