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겨울을 보내고 마음을 조이며 기다려도 봄날은 더디게 왔다. 그러더니 벚꽃이 피었다 지고 봄비가 두어 번 내린 뒤, 짧디짧은 봄날이 아쉬움만 남겨놓고 휘리릭 떠나 버리려 한다.

하루 이틀 사이로 긴소매 옷이 덥게 느껴지기도 하고 아침 옷차림과 한낮 옷차림이 차이가 나서 옷 입기가 어정쩡할 때이다. 여름 날씨처럼 낮 기온이 많이 높아졌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젖어버리는 때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그래도 아직은 사월의 연둣빛 봄이다. 진초록의 푸른 소나무와 새로 나온 연둣빛이 어우러져 앞산 뒷산이 새잎으로 통통하게 초록의 살이 올랐다. 연두와 초록으로 아름다운 봄날이지만 이제 곧 오게 될 여름을 맞이하기 위해 몸과 맘의 준비를 하게 된다. 뭐니 뭐니 해도 따끈한 사골국물과 고기에 몸보신하는 음식이 제격일 거 같아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의 주인공 ‘본래순대’다. 

본래순대는 애막골 두산아파트 맞은편 뒤 먹자골목에 있다. 이곳에서 5년 정도 영업을 하고 있다. 본래순대는 도드람양돈농협에서 품질을 보증하고 있다. 우수한 국내산 돼지고기인 한돈 만을 사용하는 인증업소로 믿을만한 고기만을 고집한다. 이곳의 장점은 국내산 우골과 돈골로 푹 고아낸 육수가 정말 진하고 구수하다. 원가는 비싸더라도 맛있는 육수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투자한다. 또 한 가지는 국내산 신선한 무로 만든 먹음직스러운 보리깍두기 김치다.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은 보리깍두기는 적당하게 익혀서 알맞게 맛이 들어있다. 깍두기는 계속 리필해서 먹게  되는데, 먹어도 먹어도 맛이 좋다. 이곳을 자주 가는 이유는 순대의 맛이 담백하고 냄새 없는 고기와 진하면서도  깔끔한 육수에 있다. 호불호가 없을 것 같은, 누구나 한번 가면 뿌듯한 만족을 하고 나올만한 곳이다.

이번에는 본래순대 근처에서 정육점을 하고 있는 지인과 함께 이 집을 찾았다. 이웃사촌이라고 동네정육점 업주의 신뢰도 한몫한다. 12시 전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테이블이 반 정도나 차 있고, 음식을 먹는 중에 이미 만석이 돼 버렸다. 자리에 앉아서 필자는 본래 순댓국을 시켰고, 지인은 머리 고기만 있는 순댓국을 시켰다. 보리 깍두기와 생양파, 맵지 않은 고추, 쌈장이 나오고 새우젓을 담을 수 있는 빈 그릇이 나온다. 이 그릇에 새우젓을 덜어 놓고 탕에 있는 머리 고기를 건져 찍어 먹으면 음식궁합이 최고다. 순댓국은 곰탕인 양 뽀얀 육수를 자랑하며 넓적한 나무 받침대에 받쳐 뜨거운 불에 제대로 달궈진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으며 나온다. 국물은 한 숟가락 떠서 간을 보는데 그냥 먹어도 간이 맞다. 이제 순대를 하나 건져서 새우젓에 찍어 호호 불어 입에 넣으면 진한 정통 순대의 맛을 볼 수 있다. 입에서 순대의 육즙이 진하게 우러나와 제대로 먹는 느낌이 든다. 이제 고기를 새우젓에 찍어 한입 넣으면 이 깔끔함이란 정말 훌륭하기까지 하다. 어느 정도 고기와 순대를 먹고 밥을 말자. 순댓국은 역시 국밥이 최고다. 사골국물과 보리깍두기의 조화로운 개운함이 좋고 이따금 입을 개운하게 해주는 양파와 고추도 맛나다. 이곳에서 먹을 때는 국물 한 점 남기는 법이 없다. 

본래순대는 매주 일요일 문을 닫는다.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휴게시간 없이 영업한다.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에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순댓국 한 그릇 하고 아름다운 봄을 만끽하자.

우석로 85번길 20-15 / 262-7963

 이철훈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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