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진 기자

“나는 연차가 없어. 5인 미만 회사라서.”

지난달 25일 오랜만에 만났던 지인이 한 말이다. 다음주에 개인적인 일로 주민센터에 가야 해서 하루 쉬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유는 총 4인이 일하고 있는 직장이어서, 즉 5인 미만의 회사이기 때문이었다.

근로기준법상 제 60조 연차 유급휴가에 따르면, 제1항. 사용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제2항. 사용자는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제3항. 사용자는 3년 이상 계속하여 근로한 근로자에게는 제1항에 따른 휴가에 최초 1년을 초과하는 계속 근로 연수 매 2년에 대해 1일을 가산한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이 경우 가산휴가를 포함한 총 휴가 일수는 25일을 한도로 한다. 

하지만 5인 미만인 회사의 경우 연차가 발생하지 않는다. 5인 미만이더라도 회사에서 간혹 허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무적으로 연차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듯 5인 미만 회사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연차와 공휴일을 보장받기 어려우며, 야간, 연장근로수당 지급의무도 없다고 한다. 이는 5인 미만 사업주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3월 24일부터 31일까지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2천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 조사에 따르면, 3개월간 코로나19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어떠한 불이익에 대한 걱정 없이 ‘유급 병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52.6%로 ‘그렇다’는 응답(47.5%)보다 높게 나타났다. 유급 병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했다는 응답은 비정규직이 70.0%로 정규직(40.9%)보다 높았으며, 5인 미만이 66.7%로 공공기관(31.0%)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즉 코로나19로 인한 무급휴직, 실직, 소득감소 등의 피해가 비정규직, 소기업, 저임금노동자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백신 접종 휴가, PCR검사 휴가, 코로나 확진 격리휴가 등 국가 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휴가에 대해 대기업, 공공기관 정규직 노동자들은 유급으로 보장받는 반면, 비정규직, 소기업, 저임금노동자들은 무급휴가를 강요당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직장갑질119 권두섭 대표는 “정규직, 대기업, 공공기관 사업장에는 유급 병가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곳들이 있지만, 저임금, 비정규직인 경우에는 그런 제도가 없다.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인 유급 병가제도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는 제도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확산을 막는 제도이다. 유급 병가제도를 노동법에 도입하고 5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잘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하루빨리 열악한 환경에 있는 노동자들에게도 법이 적용되어 권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당장 근로기준법 적용이 어렵다면 단계적이라도 적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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