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당근마켓’은 지난 2015년 카카오 출신의 창립자들이 판교 근처 IT회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내 IT 중고품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던 게 첫걸음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기업 가치 3조 원을 인정받으면서 신세계,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등 유통 공룡들의 기업 가치를 뛰어넘으며 국내 16번째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 이상, 설립한지 10년 이하 스타트업)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1천800억 원의 대형 투자를 유치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내려받은 애플리케이션은 넷플릭스나 카카오톡이 아니라 ‘당근마켓’이었다. 가입자 수는 지난해 8월 기준 2천100만 명, 월 사용자 수 1천600만 명, 주간 이용자 수는 1천만 명에 달한다. 

수많은 중고거래 플랫폼 중 후발주자인 ‘당근마켓’이 독보적으로 부상한 배경은 ‘접근성’과 ‘신뢰’ 때문이다. 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 있는 생활 반경에서 동네 이웃끼리 손쉽게 거래할 수 있고,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과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사기당하는 일이 매우 낮다. 이를 통해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넘어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생활밀착형 동네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지역신문 기자로서 ‘당근마켓’은 무섭고 부러운 존재이다. ‘당근마켓’이 추구하는 가치는 ‘하이퍼로컬’과 ‘슬세권’이다. 하이퍼 로컬이란 아주 좁은 지역(로컬)이라는 의미이며, 슬세권은 슬리퍼 신고 돌아다닐 수 있는 지역이라는 의미다. ‘동네생활’과 ‘내 근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동네생활’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 같은 지역 주민들끼리 유용한 정보를 나누고, 일상을 공유한다. 분실물을 찾거나, 동네 맛집이나 학원에 대한 문의, 함께 운동할 사람을 구하는 글을 손쉽게 올린다. ‘동네생활’의 월간 이용자 수는 500만 명이다. ‘내 근처’ 서비스는 동네 상권과 주민을 연결한다. 미용실, 카페, 식당, 학원 등 동네 가게들의 정보가 모여있고 주민들의 후기도 살펴볼 수 있다.

《춘천사람들》 같은 지역 언론이 구현하려는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자는 《춘천사람들》이 공공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춘천사람들》이 메이저 일간 신문이 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면 ‘당근마켓’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사회에서 평범한 이웃을 연결하고, 독자가 필요로 하는 유용하고 흥미로우며 신뢰 높은 생활 기사를 제공하는 것 말이다. 

또 하나, 생활플랫폼으로서 지역 언론이 발전하려면 다양한 시민이 ‘당근마켓’처럼 플랫폼에 참여해야 한다. 동네 사람들인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필요에 따라 협상하고 거래를 하며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형성하는 ‘당근마켓’의 지향처럼 말이다. 참여 민주주의,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게 그런 거 아닌가? 

세대 간 소통의 장도 될 수 있다. ‘당근마켓’은 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활발하게 이용한다. 보통 중고거래 플랫폼의 이용자는 MZ세대가 대부분이지만, ‘당근마켓’은 45세 이상 이용자가 전체의 35% 이상을 차지하며 55세 이상의 비중도 15%에 달한다. ‘당근마켓’이 《춘천사람들》의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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