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모를 땋으며 / 로빈 월 키머러 저 / 노승영 역
에이도스 펴냄 / 2021

“미타쿠예 오야신(Mitacuye Oyasin)!”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인사말이다. 상호연관성에 대한 이러한 관심이야말로 파괴된 자연을 되돌리고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는 생태계를 회복하는 본질이 될 것이다.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노력해 온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세계관과 삶의 방식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우리가 이 세상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세상 또한 우리를 소중히 여기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사람에게는 아름다움을 주고, 슬픔을 발견하는 사람에게는 슬픔을 준다.

《향모를 땋으며》는 북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식물생태학자가 과학의 길을 걸으면서 또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면서 겪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쓴 책이다. 과학의 실증적이고 객관적인 접근법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의 신화와 문화, 삶의 지혜와 철학, 자연사, 역사가 어우러져 자연을 대하는 겸손한 과학자의 언어와 태도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저자는 원주민들의 토박이 지혜와 과학의 섞어짓기로 옛이야기와 새로운 이야기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풍성하게 펼쳐 보여준다. 

이 책은 과학 지식과 토박이 지식이라는 향모 두 가닥을 억지로 묶어 틈을 을 메우지 않고, 과학적 사고가 밑바탕이 된 사랑스러운 언어로 다른 한 가닥을 만들어 댕기를 드리듯 세 갈래 가닥을 곱게 엮어 향모 드림을 만들어낸다. 조각난 인간과 자연의 관계, 자연을 착취하는 자본주의적 상품 경제와 문화는 인간과 자연의 호혜성이라는 비밀을 밝히는 과학과 감사의 문화와 선물 경제의 의미를 되살리는 원주민의 전통, 지혜 속에서 진지하게 성찰된다. 인간과 자연의 부서진 관계를 회복할 새로운 이야기들은 구절마다, 문장마다 마음이 머물러 오래 멈춰 생각하게 한다. 무려 570쪽에 달하는 다소 방대한 분량이지만, 이야기에 끌려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허나, 한꺼번에 읽어내려 책장을 덮지 말고,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천천히 한 장씩, 음미하며 새기며 읽어 가면 좋겠다. 긴 시간을 함께 걸으며 작가가 엮어 내미는 향모 한 가닥을 쥐어보고 자신만의 향모 드림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 지난해, 석 달에 걸쳐 함께 읽기를 한 책모임 동료들과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저자의 언어로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감사 인사를 건넸다. 치 미그웨치 Chi Miigwech! 

“그러므로 읽고 또 읽습니다. 잘 쓴 글을 읽는 건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열망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기에 말입니다. -김연수(소설가) 추천글 중에서”

한명숙(남춘천여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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