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초대전 ‘자연의 순환’, 예담더갤러리 30일까지

산과 들에는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생명이 더불어 산다.

잘났다고 과시하지 않고 못났다고 무시하시도 않는다. ‘너’로 인해 ‘내’가 있고, ‘너’가 없으면 ‘나’도 없다. 자연은 인간에게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왔다. 한때 우리도 그렇게 살았다. 동네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어리숙한 친구도 한 편에 넣어주었고, 어른들은 이웃의 농사부터 관혼상제까지 힘을 보탰다. 

김대영 작가가 그림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도 그러하다. 들과 산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메마른 넝쿨, 푸른 생명력을 잃었다고 쓸모가 없는 건 아니다. 그 또한 자연의 일부이다.

김 작가에게 넝쿨은 따뜻한 어머니 품과 같다. 작품 속 개나리와 산당화는 긴 겨울 혹한의 바람을 막아 준 메마른 넝쿨 덕분에 움을 틔울 수 있었다. 자연의 강인한 생명력은 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새싹은 얽히고설킨 넝쿨을 거추장스러워하지 않고 넝쿨에 의지하며 줄기를 뻗어가 마침내 만개한다. 

작가가 그려낸 꽃들은 소박하고 친근하다. 화려함을 과시하지 않고 마른 넝쿨과 어우렁더우렁 한 철을 보낸다. 어차피 영원한 것은 없는 법, 제철이 지나면 개나리와 산당화는 다시 넝쿨 아래 땅으로 돌아가리라. 넝쿨은 다시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하리라. 영겁의 시간 속에 자연은 그렇게 순환해왔다.

그는 수많은 점과 선으로 쌓아 올린 순환의 이미지를 통해 한국인의 무의식에 잠재된 강인한 생명력의 원초성 그리고 자연의 순리를 존중한 선조들의 삶과 지혜를 깊고 부드러운 울림으로 전하고 있다. 분열과 혐오, 팬데믹, 기후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건 순환하는 자연의 가르침에서 찾을 수 있지 않겠냐고 말이다.

김대영 작가 초대전 ‘자연의 순환’은 오는 30일까지 예담더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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