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시인)

국방부 건물엔 숙직실 없나요? 늑장 출근 칼퇴근 시전하시면서 시민에게 고통 주시고, 북에서 미사일 3발 쏴도 NSC 소집 안 하시는 보수 대통령님. 아침저녁으로 철부지 왕놀이하지 마시고, 군대도 안 갔다오셨는데 한남동 공관 공사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집무실 건물 숙직실에서 국방부 냄새 흠향하시면서 불철주야 국정에 몰두하시는 모습 보여주시면 국민이 조금 불편과 걱정을 덜지 않을까요? 삼각지엔 맛집도 많습니다. 민폐에 불통에 무능에... 요즘 제가 잠이 안 옵니다. 도대체 집권을 위해 준비한 게 있나요? 강남 서초 엄마들이 애들 학교 지각한다고 욕하는 소리 들으니 어이가 없습니다. 그 손으로 찍은 대통령을 그만한 일로 벌써 욕하고 그러면 안 되는 거지요.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는 겁니다. 그나저나 작년에 빌딩 팔아서 몰빵한 주식 어쩌나. 5년간 질식하면 심폐소생술도 안 통할 텐데. 아, 아침부터 술생각. 시바


나는 그가 시민의 우려와 걱정을 딛고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빕니다. 법률가답게 정의와 공정과 상식과 인권을 숭상하고 실천하는 대통령이 되길 빕니다. 경제, 사회, 문화, 국방, 외교, 교육, 여성, 복지 등 대통령이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공부하고 질문하고 성찰하는 리더가 되길 빕니다. 세계적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촌음을 아껴 대비하는 대통령이 되길 빕니다. 본인과 가족과 측근들의 비리와 부정에 대해 냉정하고 엄정한 잣대를 적용하는 대통령이 되길 빕니다. 역사의 진보를 믿는 대통령이 되길 빕니다. 보수의 가치를 드높이는 대통령이 되길 빕니다. 극우와 수구의 무식과 광란을 미워하는 대통령이 되길 빕니다. 품위와 도덕성과 배려에 대한 감수성이 밝은 대통령이 되길 빕니다. 궁예, 연산군, 선조, 인조 등의 부실과 실정의 예단을 보기 좋게 비껴가는 대통령이 되길 빕니다. 법사와 도사와 무속인에 의지한다는 소문이 거짓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대통령이 되길 빕니다. 부인이 섭정할 것이라는 우려를 우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길 빕니다. 간신 모리배를 떨쳐내고 진정한 전문가와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통령이 되길 빕니다. 권력으로 보복하는 깡패가 되지 않길 빕니다.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는 퇴행의 정치를 혐오하길 빕니다. 재벌과 언론의 배를 불리는 온갖 민영화 사유화의 유혹을 깨부수길 빕니다. 친일의 역사와 현실을 거부하고 분노하는 대통령이 되길 빕니다.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대통령이 되길 빕니다. 차별과 혐오와 갈등과 증오와 대립의 국론을 순리대로 해소하는 대통령이 되길 빕니다. 저주와 불신과 거부의 민심을 신뢰와 긍정과 기대의 민심으로 바꾸는 대통령이 되길 빕니다. 촛불을 들고 다시 광장으로 나가게 하는 대통령 아니게 되길 빕니다. 대통령이 실패하면 나라도 실패하고 국민도 실패합니다. 검찰과 한 줌 기득권 세력의 보스가 아니라 온 국민의 대통령이 되길 빕니다. 5년 권력은 어차피 오늘부터 내리막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는 겸손과 지혜가 그에게 임하길 빕니다.

부디 국격에 걸맞는 대통령의 위상을 갖추게 되길 빕니다. 부디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길 빕니다. 진심으로 간절하게 간절하게 빕니다. 아아, 시바!


첫날부터… 눈뜨고 묵념하시고, 조선중앙 TV 화면인가 했더니 시민대표 복숭아꽃가지 굿판이시고, 취임식 당일에 주가지수는 17개월만에 2600선이 붕괴되시고, 한동훈은 장관 되시고, 앞으로 더 나빠질 거라고 외국 언론은 기사를 타전하시고, 대통령 각하께선 독일 G7 초청에서 제외되시고, 기자님들은 경쟁적으로 굥비어천가 건비어천가를 소리 높여 부르시고. 하루만에 나라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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