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생 /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 고정아 옮김 / 학고재 펴냄

“뿌리는 꽃 없이 존재할 수 있지만, 뿌리 없이 존재할 수 있는 꽃은 없다.” 현대 페미니즘의 대모이자 성별, 인종, 계층을 넘어선 시민 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생각이다. 그 뿌리가 곧 사람임을 알리며 길에서 인생을 보낸 그녀는 1934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났다. 가족과 함께 여행하며 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글로리아는 성인이 된 후 간디주의의 영향을 받기도 하였으며 정치, 사회에 관심이 많아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도 활약하였다. 《뉴욕》 창간을 돕기도 한 그녀는 1972년에 최초의 페미니즘 잡지 《미즈 Ms》를 공동 창간하기도 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지혜와 변혁의 힘을 믿었던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한평생을 여성을 비롯한 소수와 약자의 인권을 대변하며 길 위의 인생을 자처한 아름다운 활동가로 불리고 있다.

여성에게 의미 있는 혁명적 행위가 자신의 의지로 여행을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와 환영받는 일이라는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첫 번째 여행의 동반자였던 아버지에 대한 회상으로 글을 연다. 총 8장으로 이루어진 이야기 속에는 페미니즘이 단순히 여성 권익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각성이라는 정서적 연대를 담고 있으며 인간은 누구나 평등해야 하고 존엄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의미들을 강조하고 있다.

어느 시대, 어디에서나 ‘여성’은 세상과 사람들을 잇는 연결자라 여긴 글로리아는 길 위의 인생을 통해 정의를 향한 열망과 그간의 투쟁일지를 펼쳐내 자신의 삶이 결코 길에 허비한 것이 아닌 길을 통해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한 진보의 역사임을 강조하고 있다.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25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한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한국의 비무장 지대를 걸으며 평화를 기원하기도 하였으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라고 말한 한국의 혹자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하였다. 그녀의 말대로 “길은 우리를 부정에서 현실로, 이론에서 실천으로, 주의에서 행동으로, 통계에서 이야기로 인도한다. 요컨대 머리에서 가슴으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깊은 민주주의의 길이리라. 

춘사톡톡 5월 책모임은 거리 두기 완화로 사랑방인 ‘설지’에서 열 수 있었다. 얼마 만에 찾은 사랑방인지 모르겠다. 인연의 소중함과 함께 걷는 길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 오늘, 미래에 대한 희망의 불빛이 되어줄 그 누군가를 기다려본다. 

안수정 (춘사톡톡 회원)

*글로리아와 오늘 함께 한 미소가 인상적인 신입회원 ‘그녀’를 춘사톡톡(춘천시민이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독서모임)의 이름으로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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