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삶밥집’… 취약계층부터 시민 누구나 이용 가능
하루 500명, 거동이 불편한 이웃에게는 도시락 배달

천주교 춘천교구가 지난 16일부터 죽림동성당 식당에서 무료급식소 ‘한삶밥집’ 운영을 시작했다.

‘한삶밥집’은 2021년 1월 김주영 주교의 무료급식소 제안과 고(故) 장익 주교(전 춘천교구장)가 선종 전 춘천교구 사회복지회에 남긴 기금으로 마련됐다. 2020년 선종한 고(故) 장익 주교가 교구장 시절 시작한 ‘한솥밥 한식구’운동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어려운 이웃에게 쌀과 반찬 나눔을 시작으로, 2000년 1월에는 춘천 공설운동장에서 상설 무료급식소 ‘한솥밥 나눔의 집’을 운영했다. 이후 ‘한솥밥 나눔의 집’은 춘천 내 여러 지역에 산재해 있는 체육시설들을 한 곳으로 집중하기 위한 송암스포츠타운 조성계획과 상업용지 개발을 위해 2008년 공설운동장을 철거하면서 문을 닫게 되었다. ‘한솥밥 나눔의 집’은 8년간 총 29만여 명이 이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죽림동성당 식당에서 14년 만에 무료급식소가 운영된다. 배식에 앞서 자원봉사자들이 서둘러 식사를 하고 있다.

이후 14년 만에 ‘한솥밥 한식구’ 운동의 뜻을 이어 지역사회 모두가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돕고자 ‘한삶밥집’ 운영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 15일 ‘한삶밥집’ 축복식에서 김주영 주교는 “가난한 이, 소외된 이, 병든 이와 한 삶을 지향하는 ‘한삶밥집’의 운영을 위해 애써주시는 봉사자에게 먼저 감사드린다. 가난을 따라 살 때 이기주의를 이겨낼 수 있다”며 “이론적 청빈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소용없다. 비천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병든 사람들, 삶의 실존적 변두리에 놓인 사람들과 함께 배우는 것이 가난”이라고 강조했다.

조규성 천주교 춘천교구 사회복지회 사무국장은 “‘한삶밥집’ 운영 첫날 이용 인원은 124명이다. 지역사회에 홍보가 돼서 더 많은 이웃들이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었을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14년 만에 다시 시작한 무료급식소인 만큼 꾸준히 운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흔히 무료급식소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만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삶밥집’은 그렇지 않다. 혼자서는 식사를 챙기기 어렵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한편 ‘한삶밥집’은 매주 월, 수,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운영한다. 하루 500명 정도 기준으로 예산을 잡고 운영을 시작했으며, 거동이 불편해 직접 방문이 어려운 이웃에게는 가정으로 도시락을 배달한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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