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가서 메뉴를 잘 못 고를 때가 있다.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과 짬뽕 중 어느 걸 시켜야 할지 고민해 본 경험이 다들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 두 가지 메뉴를 한꺼번에 시킬 수 있는 짬짜면이 등장했을 정도이다. 이 정도의 사례는 애교로 봐줄 만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할 때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결정장애 또는 선택장애를 고민해봐야 한다. 결정장애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한쪽을 고르지 못해 괴로워하는 성격이나 심리를 뜻하는 신조어이다. 결정장애는 의학적으로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선택불가증후군’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80년대에 등장한 한 가전회사의 광고 문구인데, 의도는 아마 오랫동안 써야 할 가전제품이니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리라. 이 문구는 당시 유행이 되어 배우자를 선택할 때 잘해야 한다는 것으로,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식으로 패러디되기도 했다. 

선거도 사람을 고르는 일이다 보니 주변에서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본다. 대통령 선거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전국동시지방선거라는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지방의회의원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 상품을 합리적으로 선택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TV 같은 상품이야 매장의 진열대에서 기능, 특징, 가격대를 비교해서 사용해 보고 고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인물을 선택하는 선거는 무엇을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가? 공약에 드러난 정책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사람 인물 됨됨이로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약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고, 인물은 그 삶이 살아온 궤적이다. 공약은 가능성이고, 인물은 그 사람이 살아온 길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걸어도 그 사람이 그걸 지킬 것인지에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믿음의 문제이다.

믿음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유교에서는 정(政)이 곧 신(信)임을 강조한다. 즉 국가 통치가 신뢰이므로, 백성 국민이 지도자를 신뢰하지 않으면 국가는 망한다. 이목지신(移木之信)이라는 말이 있다. 전국시대 진(秦)나라 법가를 대표하는 정치가 상앙의 이야기다. 진나라 소왕이 상앙을 등용했는데, 국왕이 백성들의 신뢰를 잃고 있던 상태였다. 심지어 북문에 긴 나무 막대기를 세워놓고 그 막대기를 남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큰 상금을 준다고 해도 믿는 사람이 없었다. 상금이 작아서 그런가 하고 더 올려보아도 따르는 백성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부랑아 한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팻말을 옮겨다 놓았는데, 정말로 황금을 하사받았다. 그제야 백성들이 왕의 말을 믿고 따랐다. 후보자가 살아온 길을 보고, 그 사람이 믿을만한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기준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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