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임축제 3년 만의 집중형 축제 10만 명 방문
‘도깨비난장’, 공연·푸드트럭·프리마켓 인산인해
전통불꽃 ‘낙화놀이’ & 도깨비불 퍼포먼스 탄성

환대와 희망의 뜨거운 몸짓이, 팬데믹이 가져온 도시의 어둠을 환히 밝히고 시민의 마음속 부정적 응어리를 불살랐다. 

지난단 22일 ‘황홀한 환대’를 주제로 ‘We will rock you(나는 당신을 흔들거예요)’를 슬로건으로 개막해 춘천 곳곳에서 펼쳐진 제34회 춘천마임축제가 지난달 29일 막을 내렸다. 춘천마임축제는 2019년 코로나 확산으로 한국의 모든 축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 전국 최초 상설형 축제 ‘마임백씬:100 Scene Project’를 도시의 일상공간에서 소규모 분산 공연으로 선보이며 팬데믹 시대 축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도깨비난장’ 광장 무대에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올해 일상회복의 열망을 담아 3년 만에 집중형 축제로 돌아온 마임축제에, 온전한 축제를 손꼽아 기다려온 10만 명이 넘는 관객이 찾았다. 다양한 퍼포먼스와 퍼레이드, 공연이 춘천 곳곳을 뜨겁게 달구며 시민의 굳어진 몸과 마음을 흔들고 묵은 갈증을 씻어내며 위로를 전했다. 특히 일회용품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는 과거 축제와 달리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음식물쓰레기 처리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으며, 충전식 전력공급으로 에너지 절감을 시도했다. 이로써 누구나 평등하게 환대하고 환경까지 생각하는 축제의 새로운 대동성을 구현했다.

3년 만의 ‘불의도시:도깨비난장’ 뜨거운 호응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지난달 27일 낮부터 29일 새벽까지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 주차장 일대에서 열린 ‘불의도시:도깨비난장’이었다.

마임축제 제작진은 3년 만에 열리는 ‘불의도시:도깨비난장’을 위해 삼악산 케이블카 주차장 일대를 축제장으로 꾸몄다. 축제장은 다시 ‘내림무대’, ‘독립무대’, ‘광장’, ‘강변무대’ 등 4개 공간으로 나누어졌다. 무대공간은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서 관객 시야를 높이고, 망루 등을 시공했다. 각 무대에서 정통 마임 공연은 물론 신체극, 무용극, 광대극, 서커스, 거리극, 야외 설치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장르의 공연들이 쉴 틈 없이 펼쳐졌다. 관객은 별도의 안내 없이 공연 소리를 따라, 조명이 켜지는 곳을 따라 무대를 옮기며 공연을 관람했다. 축제장 멀리서도 보일 만큼 높게 솟은 크레인에 매달려 펼쳐진 ‘프로젝트루미너리’의 공중 퍼포먼스 〈다시, 봄〉과 ‘창작중심단디’의 〈단디우화〉는 축제장 밖의 시민들을 유혹하기 충분했다. 

축제장 곳곳에는 모닥불과 불관람차, 시민 참여 작품들이 설치되어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고, 한동안 축제 현장에서 볼 수 없었던 푸드트럭과 프리마켓도 등장해서 관객들은 가벼운 소풍과 쇼핑도 즐겼다.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집합형 축제가 자제됐던 만큼 인산인해로 몰린 관객은 온전한 축제를 구성한 또 하나의 요소가 되어 일상회복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밤이 무르익자 ‘불의도시:도깨비난장’의 하이라이트인 전북 무주군 두문리 낙화놀이 보존회의 ‘낙화놀이’가 진행돼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낙화놀이’는 순수 한국 전통의 불꽃놀이로서 뽕나무로 만든 숯과 소금을 한지에 싸서 만든 ‘낙화봉’을 태워 불꽃을 날리는 방식이다. 광장 양 끝 기둥에 길게 이어진 줄에서 1천500여 개의 ‘낙화봉’이 동시에 타오르며 20여 분 동안 불꽃이 쉴새 없이 쏟아져 내렸다. 불꽃은 관객들의 고단함을 날려 보내 주려는 듯 비처럼 꽃잎처럼 바람결을 따라 어두운 밤하늘에 흩날리며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어서 한국 대표 파이어 아티스트 그룹인 ‘예술불꽃 화랑’이 다양한 불기구로 이동형 퍼포먼스 ‘길 Passage:디아블라다스’를 선보였다. 도깨비로 분장한 퍼포머들이 불꽃을 들고 나타나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며 생명의 불, 희망의 불로 도시와 시민 마음에 도사린 혐오와 배타, 피로와 좌절 등 나쁜 기운을 몰아냈다. 공연장 곳곳에서 아름답고 예술적이며 서로를 격려하는 환대와 희망의 불꽃이 타오르자, 식었던 마음이 다시 뜨거워진 시민들은 가족, 친구, 연인을 뜨겁게 포옹하며 어깨를 들썩이고 발을 구르며 춤추고 노래했다. 

최선미(40·약사동) 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즐기는 축제가 얼마 만인지 정말 반갑고 낯설기도 하다. 남편과 아이들 다 같이 와서 공연도 보고 마음 편하게 음식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준 것 같다. 이런 축제가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상엽(35·서울) 씨는 “업무가 있어서 주중에 춘천에 왔다가 마임축제 도깨비 난장이 오랜만에 다시 열린다고 해서 왔다. 대학 졸업 후 몇 년 만에 다시 왔는데 옛 생각도 나고 정말 반갑다. 불꽃이 정말 인상깊었다”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객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제인(33·미국)씨는 “직장 동료가 한국적 축제를 보여 준다고 해서 왔다. 한국의 전통 방식의 불꽃놀이와 도깨비들의 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소피(30·프랑스) 씨는 “프랑스에 있을 때 갔었던 미모스 마임축제가 생각나서 반가웠다. 내년에도 한국에 있을 텐데, 내년 마임축제에도 다시 오고 싶다”라고 말했다.

일상회복과 더불어 마임축제 자원봉사자 깨비들도 돌아왔다. 80여 명의 깨비들은 축제의 시작과 마무리까지 궂은일을 도맡으며 성공적인 축제를 이끌었다. 박지호(25) 씨는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 사이가 단절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깨비들과 함께 마임축제를 만들어 가면서 좋은 추억을 쌓았고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일이 즐겁기도 하고 고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축제를 찾아 준 많은 사람들 덕분에 보람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민주(20) 씨는 “3년 만에 하는 큰 축제에 참여하여 봉사할 수 있어서 즐겁고 보람이 컸다. 도깨비 난장을 준비하며 더운 날씨로 조금 힘들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화려한 불꽃과 볼거리 덕분에 깨비들도 큰 힘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강영규 총감독은 “지난 3년 동안 제대로 열지 못한 ‘도깨비 난장’에 대한 갈증이 컸다. 올해 다시 열 수 있었던 건 자원봉사자들인 깨비들의 헌신 덕분이었다. ‘도깨비 난장’을 찾아 준 많은 관객들의 밝은 표정과 얼굴에서 스태프와 자원봉사자 모두 벅찬 감동을 느꼈다. 시민들을 환대하고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축제에서 오히려 우리가 시민들로부터 환대받고 격려받았다. 정말 감사하다. 내년에는 또 다른 핵심 프로그램 ‘아!水라장’도 꼭 진행해 100% 완성된 축제로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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