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유령이나 귀신이 주인공을 괴롭히는 과정에 몰입한다. 유령이나 귀신을 평생가야 보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밖에 앉아 있는 나는 주인공에 이입되어 런닝타임 내내 공포에 떤다. 엔딩 자막이 올라가면서 공포의 감정이 가신다면 좋겠지만 매일 밤마다 그 공포의 장면이 떠오르면서 잠을 이루기가 쉽지가 않다. 그 무서운 존재가 내 곁에 갑자기 나타날 것만 같은 비이성적 감정을 내내 지우기가 쉽지가 않다.  인간의 공포심을 자극하기 위해 잘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대가 조국>은 장르로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그러나 흡사 공포영화를 본 이후처럼, 극장에서 관람한 이후 수일이 지났음에도 공포감은 사라지지가 않는다. 비현실적인 유령 따위가 아니라 지금 이 시각 내가 사는 이 공간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휘몰았던 ‘조국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았던가. 고백컨대 검언유착의 피해자는 ‘조국’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흠결 없는 이상주의를 요구하며 패배주의에 빠졌다. ‘내로남불’로 비난하는 자들에게 항변의 의지도 없을 지경이었다. 점입가경 뉴스 헤드라인의 ‘낚는’ 제목에 혀를 차고 저질이라 욕을 하면서도 진실을 찾기에는 “피로해서”라고 변명했다.   

이 영화는 TV 프로그램처럼 사건의 이면을 알려주고 진실을 찾아주지 않는다. 진실을 찾는 사람들과 수사과정에서의 피해자들을 보여준다. 조국 정경심 재판기록을 직접 방청하여 알려주는 유튜버, 포렌식 전문가, 동양대 교수 등이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관객은 판단할 뿐이다. 수사과정에서 짜깁기를 당한 조교의 사례, 조국 동생의 친구라는 이유로 모욕을 당한 자의 사례에서 관객이 느끼는 공포심이란 생생함 그 자체이다.  

장르적으로 다큐멘터리지만 또한 코미디의 요소도 갖추었다. 장시간에 걸친 기자간담회가 그것이다. 기자들은 조국 후보자가 무엇이 문제이고 쟁점인지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충분히 공부해서 질문을 한 것인가. 질문하는 그들은 본인이 질문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과연 알고 질문하는 것인지가 의심되는 장면들이다. 실소가 나오면서 화가 난다. 스펙 좋고 똑똑한 기자들 아닌가.  스펙 좋고 똑똑한 다수의 기자들 중에서 야당 국회의원들의 입에서 나오는 ‘기소’라는 단어를 통해 분위기 파악을 직감한 일종의 양심고백을 하는 기자도 물론 있다. 누가 누구의 편인가를 방증해주는 인터뷰이다. ‘받아적기’를 해왔음을 실토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패배자 전 법무부장관 조국의 영화가 아니다. 좁은 주방에서 꿋꿋하게 혼자서 밥을 삼키는 조국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고자 함도 분명 아닐 것이다. 법무부 장관 후보 조국보다 더 미약한 ‘그대도’ 조국임을 깨닫게 해준다.

권진영(후평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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