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미 (춘천여성협동조합 이사장)

지난 5월 21일, 후평3동 호반공원에서는 마을축제가 열렸다. 작년부터 봄, 가을 열리고 있는 축제로 아이들을 위한 전래놀이, 벼룩시장, 체험부스가 어우러지는 행사다. 행사장소는 동네 아이들에게 일상의 공간이기 때문에 천막을 치는 오전 나절부터 아이들이 스멀스멀 나타나 단체 카톡으로 자기들끼리 상황을 공유했다. 2시 벼룩시장 시작이지만, 12시부터 친구들이 몰려왔고 행사스텝은 좀 참았다가 1시 30분 넘어서 물건을 팔아 달라 부탁했다. 

억지로, 사람을 모으지 않아도 동네 아이들이 좋아서 채워지는 우리 마을의 작은 축제. 올해에는 이 마을 축제에서 더 의미 있는 작당을 해보았다. 

바로, ‘전환마을 춘천’을 선언하는 것. 형식을 갖춰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아닌, 지역주민이 어우러진 아주 작은 공간에서 마을을 바꾸겠다고 ‘선언’을 했다. 2015년 ‘킨세일 전환마을’ 10주년 기념비에 적힌 단단한 말로 우리는 시작을 알렸다. 

“행동 없는 비전은 단지 꿈일 뿐이다. 비전 없는 행동은 시간만 허비한다. 그러나 행동하는 비전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짧은 문구이지만, 우리에게는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차이보다는 공통점을 찾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개인이 아닌 마을운동으로 해법을 풀어나가는 것. 지역+시민운동의 울타리를 해체해 더 많은 지역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강원도시농업사회적협동조합에서 처음 제안해 준비모임이 만들어졌고, 금병초등학교 퍼머컬쳐 수업을 들었던 학부모들이 참여했다. 춘천여성협동조합과 한살림춘천생협도 함께 하게 되었다. 처음 시작은 4개의 공동체이지만, 운동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확산하고 공유하는 것이기에 지속적으로 열린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금병초등학교 학부모들로 구성된 ‘러스틱실레’는 지역 내 공유텃밭을 찾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연결하려고 한다. 퍼머컬쳐 방식으로 농업활동을 확장하고, 자전거 워킹그룹을 만든다. 한살림춘천생협은 로컬푸드와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위한 텃밭을 운영하고, 채식에 대한 실천을 이어나간다. 강원도시농업사회적협동조합은 농업을 기반으로 생산과 교류를 활성화하고, 청년들의 지역정착을 돕는 협동농장을 고민한다. 춘천여성협동조합은 전환마을을 위한 활동가 30명을 양성한다. 일상의 삶터인 마을에서 전환마을을 실현하는 전환거리를 만든다. 

가장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방법을 통해 춘천을 전환도시로 바꾸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전환마을 춘천, TTC(transition town chuncheon)는 매달 함께하는 미션을 생산한다. 5월은 ‘하루 한 끼 채식하기’, 6월은 ‘도시를 경작하라’가 미션이다. 각 공동체별 장기적 과제와 공통의 미션을 통해 춘천시민들의 활동을 거미줄처럼 엮어내고 한 걸음씩 전진하려고 한다. 6월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우리는 또 우리의 할 일을 하자. 할 일을 멈추지 않는 시민들이 있다면, 세상은 진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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