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5월 워쇼스키 형제(아니 자매인가?) 감독의 공상과학영화 <매트릭스>가 국내에 개봉되었다. 뉴밀레니엄에 대한 기대와 불안의 시기에, 다양한 철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인간의 미래 모습과 삶을 상상해 주목을 받은 영화이다. 시대적 배경은 2199년,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다. 

영화의 한 장면. 모피어스는 주인공 네오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을 제시하며 선택하라고 한다. 빨간 약은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진실의 모습을 보는 것이고, 파란 약은 질서의 세계 속에서 안온한 만족의 길이다.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현실을 알려주며 빨간 약을 먹고 꿈에서 깨서 진짜 세계를 볼 거냐, 파란 약을 먹고 다시 가상세계인 꿈으로 돌아갈 거냐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장면이다. 영화에서는 네오가 빨간색 약 먹고 진짜 현실을 보는 세계에 머물면서 영웅이 되기 위해 프로그래밍으로 훈련을 받게 된다. 

이런 메타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은 가상과 미망의 세계이며, 인간은 고통스럽겠지만 실재를 인식할 수 있고 선택을 통해 그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사람은 선택하는 존재다. 더욱이 우리의 현실은 영화와 달리 빨간 약과 파란 약을 선택하는 것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당신은 빨간 약과 파란 약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매트릭스를 본 사람이라면 주인공을 따라 빨간 약을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을 따라 그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란 약을 선택하지 않을까? 빨간 약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세계는 잘못된 프로그램이니까.

매트릭스는 지방선거에서 파란 당과 빨간 당 중에서 양자택일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과 닮아서 꺼내 본 얘기이다. 한 여름에 온 천지에 붉은 단풍이 들었다고 한탄하는 소리가 들린다. 

또 다른 이야기. 스케이프 고트(scape·goating)는 우리 말로 번역하면 속죄양 만들기, 희생양 만들기 정도이겠다. 스케이프 고트는 남의 죄를 대신 지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속죄양에서 유래한다. 성서에서 속죄양은 옛날 유대에서 속죄일에 사람들의 죄를 대신 지워서 황야에 버린 양이다. 이에 유래하여 심리학에서는 책임전가를 의미할 때 이 말을 쓴다. 욕구불만으로 발생하는 파괴적인 충동의 발산을 직접 그 원인이 되는 것으로 향하지 않고, 방향을 돌려 다른 대상으로 전가(轉嫁)하여 불만의 해소를 도모해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것을 뜻한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진 편에서는 언제나 희생양 찾기에 골몰한다, 남의 눈에 티끌은 보여도 내 눈의 들보는 안 보인다고 해서 하는 말이다. 스스로 책임지는 정치문화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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