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철성 ((사)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

지방선거가 끝났다. 도지사 선거 말미 가히 ‘강원특별자치도’ 대전(大戰)이라 불릴 정도로 치열한 공약 선점 경쟁이 있었다. 한 후보는 자신이 이 공약을 만든 ‘원조’라 하였고, 한 후보는 대통령이 만들고 자신이 완성하겠다 호언하였다.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은 이제 국회를 통과하였다. 

1년 후면 627년 동안 사용했던 ‘강원도’ 명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강원특별자치도’가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높은 기대와는 달리 강원도가 채워야 할 ‘특별자치도’의 그릇은 아직 헐렁하기만 한 상태다. 이를 두고 세종특별시와 제주특별자치도를 설계했던 김병준 전 대통령직 인수위 지역발전특위 위원장은 30일 원주를 찾아 “강원특별자치도법은 집으로 치면 이제 막 말뚝 하나를 박아 놓은 것과 같다”라고 박한 평가를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강원도가 모델로 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발하고도 너무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출발부터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성격을 명칭부터 명확하게 하였고(명칭: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시작 당시 법조문은 363개 조항으로, 강원특별자치도의 현행 23개 조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편 이번 법안의 가장 커다란 문제는 불분명한 ‘성격’이다. 선거를 앞두고 국회 통과를 서두르다 보니, 그간 10여 년 동안 강원도가 주창했던 ‘평화’와 ‘경제’를 강조한 특별자치도의 내용은 모두 빠져 버렸다. 설립 목적이 담긴 법안 1조를 보면 “이 법은 종전의 강원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려” 설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결국 특별자치도를 설치하는 이유가 전쟁과 분단, 평화와 통일, 규제와 보상에 따른 국가적 지원을 ‘약속’한 것이 아니라, 매우 포괄적이고 모호한 강원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린다고 규정되어 있어,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중앙정부와 논의해서 결정해야 하는 엄중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허영 의원이 추진했던 ‘평화특별자치도’의 핵심 조항인 ‘평화 특례시’, 이양수 의원이 추진한 ‘환동해자유구역 특구’ 관련 등 각종 특례, 지원에 관한 조문이 모두 빠져 버렸다.

이를 두고 최문순 도정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신설법에는 국가의 재정, 기금, 특례에 관한 부분이 포함되어 앞으로 “우리 하기 나름이다”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하나 마나 한 ‘혹세무민’하는 소리다. 한정된 국가 재원과 예산을 두고 강제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국회의원 8명뿐인 강원도에서, 타 광역지자체의 양보와 양해를 구하는 재정, 기금, 특례를 부여하는 한 줄의 정책법 개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본인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가정을 꾸려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집을 장만하고 신혼살림을 하는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을 말이다. 시작은 반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중앙정부의 책임과 역할은 찾기 어렵고, 선거 시기 정치용으로 이용하기 딱 좋았던 ‘강원특별자치도!’ 갈 길, 참 멀어 보인다.

나철성 ((사)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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