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1 지선에서 정의당 강원도당은 처음으로 지역구 시의원을 배출했다. 그 주인공은 유세차 대신 노란 자전거를 타고 선거유세를 했던 윤민섭 춘천시의원 당선인이다. 윤 당선인을 만나 소회와 포부를 들었다.

 

Q. 《춘천사람들》 독자와 더불어 시민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다. 이번 선거가 거대 양당 구도가 강하게 작동하고, 그동안 정의당에 실망한 지지층이 많아 쉽지 않은 선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사동과 효자2동 주민분들, 《춘천사람들》 독자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일 한번 제대로 해봐라’, ‘변화가 필요하다’라는 마음을 표로 보여주신 것 같다. 믿고 선택해 주신 만큼 실망해드리지 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

Q.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는지?

선거구가 선거 한 달을 앞두고도 획정되지 않은 것이 가장 답답하고 힘들었어요. 인구 변동이 있어서 선거구가 바뀌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선거구 획정은 선거일 6개월 전, 그러니까 12월 1일까지는 확정해야 한다고 법으로 명시가 되어있어요. 그런데 이번 지선의 선거구 획정은 선거 한 달을 앞두고서야 됐어요. 선거 한 달 남은 시점은 모든 선거 업무가 가중되는 시기인 만큼 많은 부담과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어디에 현수막을 설치하고 선거운동을 해야 할지, 명함이나 홍보물에 내용도 계속해서 수정해야 하고, 그만큼 인력과 시간 낭비가 컸으니까요. 국회의원님들께 정말 부탁드리는데 빨리하라는 것도 아니에요. 법이 정한 대로만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이건 유권자들에 대한 직무유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Q. 정의당에서 강원 최초 기초의원 선출직에 당선이 되었으나, 전국적으로 봤을 때 정의당은 고배를 마셨다. 이에 관한 생각과 윤민섭 당선인이 당선된 것에 대해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시는지?

제가 어깨가 튼튼합니다. 그런데도 요즘 어깨가 아주 무겁습니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지금까지 도의원 비례대표는 2번 당선이 됐는데, 기초의원에서는 한 번도 당선이 없었어요. 이번에 제가 처음으로 당선이 되다 보니까 이렇게까지 주목받을 줄 몰랐는데 많은 주목을 받다 보니 그만큼 어깨가 무거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당선이 되기는 했는데 정의당 중앙당이나 강원도당은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어요. 강원도당의 경우 강릉시장 1명, 춘천과 속초에서 기초의원 3명, 도의원 비례대표 1명 총 5명의 후보가 출마했는데 저밖에 당선이 안 돼서 좀 많이 아쉬워요. 특히나 퇴계동에 엄재철 후보 같은 경우 득표율도 상당히 많이 나왔고, 경쟁력이 있었는데 당선되지 못해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춘천시에서 두 명 정도 당선됐으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전국적으로는 9명밖에 당선이 안 됐어요. 무슨 국회의원 숫자도 아니고···. 진보정당으로서 참신한 정책을 이끌어가고 이슈를 선점하면서 존재감을 나타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차세대 정치인을 발굴하지도 못했던 것 같고, 당내 사건 사고가 많아서 실망한 유권자들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당선의 기쁨도 있어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당선된 만큼 ‘정의당 의원이 한 명 들어가니까 그래도 뭔가 바뀌는구나’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Q. 노란 전기자전거 캠페인, 3등까지 일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착안했는지?

딱히 어디서 착안했다기보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많이 귀 기울였던 것 같아요. 자전거 같은 경우 지난 선거 때도 타고 다녔지만, 효자2동 가보시면 언덕도 많고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기도 어렵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여기를 걸어 다니다 보면 ‘내가 힘들어 죽겠구나’ 이런 생각도 했었고요. 그래서 자전거 두 대를 만들었어요. 한대는 유세차처럼 트레일러를 연결해서 벽보도 붙이고 선거운동용으로, 또 한 대는 트레일러 없이 기동성을 좋게 해서 여기저기 다니며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도 하고 인사도 드리고요. 4년 전 선거 때는 일반 자전거로 다녀서 여간 힘든 게 아니었는데, 4년 만에 기술이 좋아져서 전기자전거를 타고 비교적 수월하게 다녔네요. 또, 친환경적인 선거운동을 강조할 수 있는 부분도 좋았던 것 같아요. 제 선거 당선의 1등 공신은 자전거라고 생각해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주민분들과 청소도 같이 하고, 동네 화단도 같이 가꾸는 활동을 하면서 권위적이지 않고 그야말로 동네 일꾼 같은 모습을 주민들께서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3등까지 당선된다’, ‘3등까지 일할 수 있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제는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 했는데 막상 현장에 나오니까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거예요. ‘가’와 ‘나’는 왜 나누어지고, 투표용지는 왜 7장이나 되고, 기초의원은 왜 3등까지 당선이 되는지. 그래서 선거운동을 할 때 저의 공약이 무엇인지 설명해드리고 홍보도 했지만, 주로 투표를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설명해 드렸어요. 저도 농담이 아니라 사전투표를 할 때 7장의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제 이름 찾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당선되고 나서 선거운동을 했던 노인정에 다녀왔어요. 한 어르신이 “사실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 와서 설명해준 게 고마워서 하나 찍어줬다”라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선거가 끝나고 인터넷 댓글에 이런 글이 올라왔어요. “우리나라 현 사회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본인이 처한 처지와 조건에 의해 결과가 정해지는, 소위 금수저냐 흙수저냐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인데 큰 정당보다 여건이 좋지 않음에도 열심히 해서 당선된 모습을 보여주셔서 고맙다. 아이들에게 참교육이 돼서 좋았다”라고 해주셨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Q. 앞으로의 의정활동 계획은?

기초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연수와 같은 활동의 모니터링을 강화해서 의회답게 만드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든 당선인이 한 번씩은 얘기하신 시내버스의 노선문제라던가 공영화 문제를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시가 시내버스 민간업체에 연간 15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그렇게 할 바에는 공영화를 통해 운영의 투명성도 높이고, 버스 기사분들이나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과 손쉬운 노선문제 해결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기후위기 관련해서도 중앙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했고, 강원도는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럼 춘천시는 뭘 할 거냐라는 거죠. 관련 부서를 만들지, 위원회를 만들지 이런 세부적인 부분들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서 실질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해 중앙정부부터 기초의원까지 일사천리로 대응하도록 하고 싶어요. 지역에서는 석사동 주차문제나 효자2동의 통학로 문제 등 지금 당장 해결하기는 어려운 문제들이지만 주민들과 만나서 얘기도 많이 하고 방법을 찾아가면서 관련 조례를 만들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Q. 어떤 춘천이 되었으면 하는가?

이 질문이 제일 어렵네요.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제게 8살 딸이 있어요. 제 딸 아이가 춘천에서 잘 크고 춘천에 대한 자부심도 느끼고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정치적인 제도가 잘 돼야지 우리 아이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의원 한 명의 역할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모든 분이 애써주시면 춘천에서도 잘 자리 잡고 살 수 있게 일자리 문제 등 잘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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