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쭉한 고추장을 듬뿍 넣어 빨갛게 무쳐나온 삼겹살을 잘 달궈나온 숯불에 올리니 치지직 소리를 내며 고추장과 함께 먹음직스럽게 구워진다. 깻잎 한 장을 손바닥 위에 놓고 잘 구워진 숯불 고기를 한 점 얹고 새콤한 파무침과 곰삭은 대파 장아찌를 얹어 한 쌈 싸서 먹으니 요즘 한창 인기 노래인 장기하의 노랫말이 떠 올랐다. “자랑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여름철이 다가와 입맛 없어 하시는 어머님을 모시고 고추장삼겹살을 먹으러 길을 나서며, 고추장삼겹살로 유명한 홍천으로 가서 먹고 올까 고민을 하다 거리 때문에 잠시 생각을 했는데 굳이 먼 길을 갈 필요가 있을까 생각을 하니 떠오르는 곳이 있었다. 오랜 시간 춘천역을 수호하듯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당 너른 집 <장미공원>이었다. 

사람들이 많은 저녁 시간은 피하고자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해 들어가니 친절하게 맞아주는 기운찬 직원분들 덕에 기분 좋게 착석을 했다. 이어 나오는 반찬들은 정성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느껴졌다. 찰옥수수를 불려 만든 옥수수범벅을 보니 익숙한 춘천스러움에 반가워 숟가락이 먼저 간다. 이어 나온 묵사발과 파무침 그리고 빨갛게 무쳐나온 삼겹살은 고추장이 정말 많이 묻어있어 양념을 아끼지 않는 주인장의 넉넉한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엔 양념을 묽게 발랐었는데 자꾸 숯불에 떨어지니 맛이 없는 것 같아 계속 연구했어요. 지금의 걸쭉한 양념을 만들고 나니 다들 맛있다고 하셨어요.” 양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김치는 국산 고춧가루로 만들고 반찬들도 직접 다 만들어 쓴다는 자랑과 함께 그간 있었던 고충도 들었다.

춘천역을 확장하면서 근처로 이사를 가야 했고 영업도 장시간 중단하게 되었었단다. 그런데 얼마 지나 다시 춘천대교 공사로 수년간 영업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다시 영업을 시작했지만, 그 전처럼 다시 북적이는 식당이 되기에는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고 했다. 요즘 많이 늘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온화한 미소와 긍정적인 사고, 그리고 음식에 대한 열정이 <장미공원>을 오랜 기간 지켜오는 비결인 것 같았다.

직원 모두 친절했고 음식은 파무침까지 어느 것 하나 맛없는 것이 없었으며 고기 또한 주인장 아들 친구의 정육점에서 품질 좋은 고기를 가져오는데, 고추장삼겹살 특성상 얇게 썰어야 해서 바로 급랭해 무쳐내어 육즙이 가득한 고기 맛을 유지한다고 한다. 같이 간 나의 어머님도 너무 잘 드셔서 둘이서 3인분을 해치웠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며 춘천역에서 자리 지키고 있는 오래된 맛집의 애환을 모르고 있었다는 미안함이 들었다. 마당 한켠에는 분홍색 장미가 만발했다가 지고 있었다. 6월은 장미의 계절인데 너무 늦게 왔나 싶었다. 장미가 다 지기 전에 가족들과 입맛 돋우는 고추장삼겹살로 다가오는 무더위를 대비하면 어떨까.

춘천시 영서로2550

편현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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