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행동] “모두가 걱정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문화 속에서 일회용품은 성장한다.”
[기후위기행동] “모두가 걱정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문화 속에서 일회용품은 성장한다.”
  • 송현섭(환경활동가)
  • 승인 2022.06.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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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10일. 환경부가 약속한 로드맵이 척척 진행되었다면, 카페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담아 나가는 손님들이 컵보증금을 냈어야 하는 날이다. 일회용컵보증금제는 카페 등에서 음료를 일회용컵으로 구입할 때 300원을 더 내고, 빈 컵을 반납할 때 300원을 돌려받는 제도이다. 300원은 자원순환보증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10월 4일 처음 시행하였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규제 완화를 명분으로 5년 만에 폐지하였고, 2020년 환경단체와 소비자들의 요구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14년 만에 부활하였다. 그러나 2년 전부터 예고했던 이 제도는 환경부의 준비 부족과 정치인들의 프랜차이즈 카페 편들기, 그리고 일회용컵 사용을 나의 문제로는 받아들이지 않는 우리들의 태도가 만나 결국 6개월 유예되었다. 

자원순환보증금제도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일회용품을 소비하는 당사자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편의점에 가득한 테이크아웃 음료보다 훨씬 저렴한 음료들도 모두 내는 생산자재활용책임제도(EPR)의 재활용 분담금을 이제 테이크아웃컵에도 부과하겠다는 것이며, 실제로 이 비용을 내야 하는 것은 프랜차이즈 본사나 점주가 아닌 일회용컵을 이용하는 소비자였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역할은 이 과정에서 자원순환보증금 컵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지폐 위조 방지 기술이 적용된 컵보증금제 라벨을 부담하는 것이었으며, 비용은 음료 한잔 당 약 11~17원 정도였다. 이OO, 메O커피 등은 2020년 당기순이익이 각각 100억, 214억에서 160억, 339억으로 성장했음에도 자원순환보증금라벨 구입비용을 가맹점주들에게 떠넘겼고 시행을 몇 주 앞두고 한꺼번에 라벨을 구입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 점주들 입장에서는 못하겠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4월 1일 카페 등에서 매장 내 일회용 컵, 접시, 용기, 수저 등의 사용을 규제하고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유예되었다. 2030년까지 계획되어 있는 환경부의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로드맵이 이렇게 모두 좌초되도록 놔두어서는 안 된다. 

실제 플라스틱 보증금제를 시행하면 최대 90%의 무단투기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보증금제를 시행한 국가들은 매해 80% 이상의 병 재활용률을 달성하고 있으며 하와이도 보증금제 시행 1년 만에 해변에 버려진 플라스틱병이 절반이나 감소했다고 한다. 보증금제는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등에서 이미 검증된 제도이다. 이는 제도를 시행하는 데 드는 제 비용이 새로운 재원이 아닌 일회용컵을 쓰는 당사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하다.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환경부가 제도를 잘 정비하여 제대로 실행하게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나 본사보다 우리의 목소리가 더 커야 한다. 모든 생명이 사라지고 쓰레기만 남은 별에서 살고 싶지 않다면….

송현섭(환경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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