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포털사이트에 ‘도시재생’ 또는 ‘도심재생’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그 수많은 뉴스에 반드시 따라오는 주체가 있다. 바로 ‘예술’과 ‘예술가’이다. 

198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도시재생 전략이 확산되기 시작한 이래, 한국에서도 도시재생 사업에서 문화예술 구역을 만들거나, 예술가의 참여는 필수조건이 됐다. 춘천의 도시재생 사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도심 속 버려진 공간인 옛 기무부대 관사(중앙로 134번길 11)를 리모델링한 ‘춘천예술촌’이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앞으로 이곳에서 11명의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하고, 시민들은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전국 여러 곳에 조성된 이른바 ‘예술촌’에서 예술가들이 전시행정의 소모품 대접을 받거나,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같은 부작용이 종종 발생하는 등 예술이 과연 새로운 도시 개발 패러다임에 적합한지 의문도 있다.

하지만 문화적 도시재생은 성장 일변의 난개발이 가져온 문제에 대한 반성에서 나왔고, 예술과 예술가들은 다양한 저항적 행동을 통해 도시와 사람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유무형의 자산을 보존하게 이끌며 그러한 반성을 촉발한 주요 주체였다. 그 자산은 한 도시의 정체성이 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이처럼 예술이 도시를 더 살 만한 공간으로 만들어낸 예들은 많다. 해외에는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쇠락한 중공업 도시 ‘빌바오’, 무분별한 개발과 오염으로 ‘죽음의 섬’이라 불렸던 일본 가가와현의 ‘나오시마’, 도축장이었던 뉴욕 첼시의 ‘미트패킹’이 대표적이다. 한국에도 석유비축기지를 재생해낸 ‘문화비축기지’, ‘플랫폼 창동 61’, 문래동의 ‘문래예술공단’ 등 여러 곳이 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모든 일은 예술과 예술가의 참여로 인해 가능했다. 춘천에 막대한 돈을 들인 개발로 활력을 불어넣기는 쉽지 않다. 이미 춘천은 곳곳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며 도시의 기억과 자연이 훼손되고 있다. 도시의 성장이 정체성과 생명력의 희생 위에 서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곧 민선 7기 시정이 막을 내린다. 아쉬운 점이 많지만, 공도 많다. ‘춘천예술촌’처럼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도시와 주민이 가진 기억과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으려고 했던 다양한 시도들 말이다. 곧 시작될 민선 8기 시정도 춘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많은 일을 펼쳐갈 것이다. 그 길에 예술가들을 동반자로 삼아 도시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생명을 불어넣는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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