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방 / 전석순 / 민음사

펴낸 지 한 달도 안 된 따끈따끈한 전석순 작가의 소설집 《모피방》에는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작가 전석순은 1983년 춘천에서 태어나 200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서 <회전의자>로 등단해 2011년 《철수사용설명서》로 제11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몇 안 되는 춘천의 소설가이기에 더 반갑고 귀한 소설집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철거, 재개발 【<모피방>, <수납의 기초>】 죽음 【<사라지다>, <때아닌 꽃>】, 사회적 참사 【<달걀>】, 수재 【<회전의자>】, 이혼 【<벨롱>】, 방을 고민하는 젊은이의 고군분투 【<전망대>】 등 하나같이 음울한 주제들을 세밀한 터치와 긴장감으로 탱탱하게 묘사했다. 

부자들이 구매 후 그들의 취향과 지불능력에 따라 내부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의 아파트 모피방은 곧 철거될 세탁소를 업으로 삼은 아버지의 삶을 대신 정리하는 ‘너’에게는 가능성이 닫힌 방이었음을 말해주는 <모피방>, ‘그래도 살아지더라’라는 주문 같은 말로 삶을 견디어 낸 어머니. 사라진다는 것은 살아지는 것이고 또다시 사라지다로 귀결됨을 어머니의 죽음에서 알게 되는 <사라지다>,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에 서툰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담은 <달걀>, ‘사람을 철거할 순 없잖아’라는 말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수납의 기초>, 포기해서 번 돈으로 포기할 수 없는 삶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방’을 구해야 하는 비정규직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전망대>, 반짝반짝 빛이 멀리서 빛나는 모양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 <벨룽>은 놓치지 말아야 ‘찰나’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서사를 끌어가는 섬세한 관찰과 세밀한 묘사는 작가의 경험에서 우려낸 것이었으리라. 젊은 춘천의 작가 전석순은 묵직한 삶의 주제들을 과도한 희망에 달뜨지 않고, 그렇다고 비관적이지도 않으면서 현실에 냉소를 보내지도 않는다. 배전만 있는 빈 아파트, 지불능력이 있는 이에겐 무궁한 가능성의 방인 ‘모피방’이 그 반대 상황에 위치 지워진 이들에게도 채움이 가능한 세상을 꿈꾸어 본다. 

박정아(금병초등학교 교사. ‘춘사톡톡’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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