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분지에서 처음으로 확인되는 철기는 중도동에서 확인되고 있다. 1982년 “적석부가식” 지석묘에서 쇠화살촉과 춘천 중도동유적 “석묘”에서 출토된 미상 철기이다. 이 철기들은 연대를 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춘천지역 철기 출현의 연대를 소급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을 확인할 수 있는 물질자료가 된다.

춘천지역에서 철광석이나 사철을 이용하여 철을 생산하였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적어도 철기시대에는 철 생산 보다는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괴련철괴나 소재를 반입하여 제작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철기시대 유적을 조사하면서 확인되는 철재(slag, 쇠똥)나 철 소재를 금속공학적 분석을 시행한 결과, 괴련철을 가공하였다는 것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북방유라시아 초원길을 이용한 철·철기생산 기술 전파

춘천 분지에서 철기를 제작한 증거는 춘천 천전리, 율문리 일원에서 확인되기 시작한 이후, 춘천 우두동유적에서 북한강유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철기 제작유적이 확인되었다.

춘천 우두동유적에서는 중국 중원지역에서 생산된 것으로 생각되는 주조괭이와 사용 중에 파손된 편이 확인되는데 편을 가공하여 철기로 재활용한 것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젓가락처럼 만든 봉상철정이 확인되고 가공 과정에서 두 개의 철정을 단접하여 연결한 것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우두동유적에서 출토된 철기 편 4점을 금속공학적 분석을 시행한 결과, 2점(주조철기 편)은 주철(선철), 다른 철 소재 2점은 괴련철(괴련강)을 이용한 것이 확인되었다. 특히, 철 소재 2점을 쇠화살촉을 만들던 과정에 있던 것으로 현지에서 철기를 제작하였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조철기 외에 괴련철로 제작된 단조철기의 원료인 괴련철의 생산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원후 3세기쯤에는 변진(弁辰)지역에서 철소재(철정)가 유입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완성된 형태의 철 소재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는 철을 생산하는 제련로에서 형성된 철괴가 유입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철괴는 늦은 시기이지만 마산 현동유적에서 확인된 바 있다. 그리고 이 철괴에 포함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정련공정이라고 부르며 정련 공정과 철기를 만드는 단련공정이 함께 순차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정련과 단련공정이 진행되는 철기 제작 방법은 북방 유라시아지역에 존재하던 철과 철기 생산 방법으로 알려졌다.

마산 현동유적 출토 망치, 괴련철과, 판상철정, 집게, 철참

따라서 북방 유라시아 대륙에서 유행하던 기술이 초원길을 이용하여 춘천분지에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춘천분지에서는 북방지역에서 유행하던 괴련철 생산 유구(지하식 제련로)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고고학적 발굴 조사를 통하여 확인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당시 한반도 서북지역에 존재하던 중국 군현을 통하여 철기 제작 기술이 전파되었을 가능성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음 호에는 북방지역에서 확인되는 지하식 제련로의 소개를 통하여 춘천 분지에서 진행된 철기 생산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심재연 (한림대학교 한림고고학연구소 연구교수)


참고문헌

한강문화재연구원, 2017, 『춘천 우두동유적』

심재연, 2018, 「한반도 철기의 또 다른 기원 : 북방의 철기 및 철 생산」, 『(중국 산동 지역의) 동이』, 동북아역사재단.

마산박물관, 2019, 『가야의 또 다른 항구, 현동』,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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