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회자되는 종편 TV 드라마 중에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프로그램이 화제다.

인생의 우여곡절을 이야기하고 삶의 밑바닥부터 절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질곡이 마치 나의 이야기, 나의 모습처럼 감정이 이입되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블루스’라는 단어가 슬프고 고달픈 인생역정의 상징처럼 쓰여지는 이유는 블루스 음악 탄생의 기원에 기인한다. 17세기부터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끌려와 남부지방, 특히 미시시피의 드넓은 목화밭 농장에서 노동하며 고단한 애환과 시름을 달래던 유일한 표출 방식은 그들만의 아프리카의 노동가요였고, 그런 흑인 노예들의 아프리카 전통 음악과 유럽의 포크 음악을 접목해 탄생시킨 음악 장르가 바로 블루스가 되었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존 리 후커

70~80년대 우리나라에서의 블루스는 ‘남녀가 서로 끌어안고 추는 느린 춤’의 댄스 장르로 잘못 인식되기도 했는데, 그것은 당시 나이트클럽(무도관)에서 고고, 디스코 등 빠른 춤곡과 대비되는 느린 춤곡에 맞춰 남녀가 한 쌍으로 춤을 추었던 것에서 기인 된 듯하다.

백과사전적 의미로의 ‘블루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9세기 말 미국의 흑인들에 의해 탄생한 음악 형식으로 아프리카와 유럽의 음악이 섞여 발전했고, 장음계에서 3도 음과 7도 음을 반음 낮춰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B.B. 킹

로큰롤, 리듬 앤 블루스, 소울, 재즈 등 거의 모든 대중음악의 근간에 블루스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틀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60년대 같은 시기에 야드버즈(Yardbirds)라는 영국의 록 밴드는 에릭 클랩턴, 제프 벡, 지미 페이지 등의 걸출한 백인 블루스 기타리스트를 배출했고, 그들은 자신이 가담했던 그룹을 통해 블루스에 기반한 연주 음악으로 후세의 연주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그중에서도 에릭 클랩턴은 블루스가 단지 흑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을 일깨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블루스 기타의 황제’이자 전설로 추앙받는 B.B. 킹을 비롯해 대표적인 흑인 블루스 아티스트로는 존 리 후커, 머디 워터스(Muddy Waters), 알버트 킹, 하울링 울프, 리틀 리차드, 보 디들리, 리드밸리((Leadbelly), 엘모어 제임스, 로버트 존슨 등 셀 수도 없이 많고, 백인 블루스 아티스트로는 에릭 클랩턴, 스티브 레이 본, 게리 무어 등이 유명하고, 라틴 블루스의 전설 카롤로스 산타나도 빼놓을 수 없는 블루스 기타리스트이다.

대한민국의 블루스는 60~70년대 미 8군 무대에서 블루스를 선보였던 ‘록의 대부’ 신중현, 이후 사랑과 평화, 엄인호의 신촌블루스, 이정선, 김목경 등이 명맥을 이어왔으며, 버클리 음대 출신으로 ‘대한민국 블루스 기타의 대부’로 불리는 한상원이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주목받고 있다. 

장마철 폭염과 후덥지근한 날씨로 짜증 날 때 끈적끈적한 블루스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DJ 최인 (한국방송디제이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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