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도시’, 도시 춘천을 새롭게 보는 강연 및 토론
1강, 헤테로토피아 키워드로 춘천의 지속가능성 모색
7.26.까지 매주 화요일 19시, 몸짓극장 & 열린숲

도시 춘천을 새롭게 바라보며 지속 가능한 도시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흥미로운 아카데미가 시작됐다.

춘천문화재단이 철학·인문학 강연과 시민토론으로 구성된 아카데미 ‘이면도시’를 7월 26일까지 매주 화요일 축제극장 ‘몸짓’과 아르숲 생활문화센터 ‘열린숲’에서 번갈아 운영한다. ‘이면도시’는, 문화도시 조성사업 ‘2022 도시전환문화학교’ 중 도시감각시리즈 첫 번째 프로젝트로서, 시민이 도시의 숨겨진 모습을 탐구하고 도시에 대한 새로운 철학 및 감각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이면도시’ 1강 ‘도시와 헤테로토피아’에서 시민들이 춘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토론했다.

아카데미는 춘천시민에게 △도시는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 △도시에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시를 떠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시의 낯선 모습은 무엇인가? △도시에 어떤 스크래치를 내고 싶은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백용성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객원교수, 성기현 한림대 철학전공 및 글로컬융합인문학 전공 조교수, 최훈 강원대 자유전공학부 철학 교수 등이 ‘도시와 공간’, ‘도시와 철학’, ‘도시와 여행’, ‘도시와 예술’, ‘도시와 공존’ 등의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강연 후 도시에서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를 주제로 시민협의체 ‘봄바람’ 및 참여 시민들의 아고라(시민토론)가 진행된다. 참여는 7월 22일까지 춘천문화재단 홈페이지 등에서 각 강연 별로 신청할 수 있다. (문의 259-5435)

‘춘천에서 헤테로토피아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첫 번째 순서, ‘도시와 헤테로토피아’가 축제극장 ‘몸짓’에서 열렸다. 백용성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객원교수는 강연에서 원시 부족의 노래와 부족 간 선물 주고받기 등의 사례를 통해 도시의 원초적 형태가 어떻게 대지에서 영토를 거처 직조되었는지를 살폈다. 또 문자와 원근법, 산업혁명 등이 도시의 시공간을 구축하고 변형시켜온 과정을 설명했다. 

백 교수는 “도시는 인간의 얼굴처럼 다양한 표정을 갖추고 인간의 생각과 존재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근대 도시가 명령과 감시의 시선으로 설계됐다면 마천루와 첨단 설비를 갖춘 신도시는 나르시시즘과 유혹의 시선으로 가득하다. 특히 전자기 사회의 도래와 더불어 첨단화된 도시 곳곳에 광케이블이 깔리고 도시가 모든 정보를 저장하며 인간의 뇌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다. 도시가 감응적 공간이 될 수 있는지 주요한 갈림길에 섰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변화과정에서 도시에서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가 사라져 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헤테로토피아는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가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다른’이란 의미의 헤테로(heteros)와 ‘장소’라는 뜻의 토포스(topos)가 합쳐진 단어로,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일종의 반(反)공간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와 달리, 현실에 존재하며 유토피아적 기능을 수행하는 현실화된 유토피아다. 어린 시절 숨고 장난치던 뒷동산의 비밀 기지와 시름을 내려놓고 일탈을 감행할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부터 공동체의 추억이 담긴 공간, 박물관이나 도서관까지 다양하다. 처음부터 헤테로토피아를 지향하는 공간도 있지만, 보통 누군가의 감응에 따라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이 될 수 있으며, 개인과 공동체의 시선과 방식으로 현실에 구축된 유토피아라는 점에서 자유와 저항, 긍정의 에너지를 담고 있다.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나 음악을 공유하듯, 의미 있는 장소에 대한 경험을 공유할 때 타인들의 관심이 커지며 헤테로토피아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한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

춘천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만의 헤테로토피아가 있다. 이제는 고층아파트가 들어선 춘천의 어느 곳이 누군가에게는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일 것이다. 레고랜드 조성에 반대한 시민들에게 중도는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이다. 춘천에서 헤테로토피아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시민이 감응할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이고 그것은 결국 도시의 정체성 상실로 이어진다. 

강연 이후 시민협의체 봄바람 위원장 이범준 씨의 진행으로 이어진 아고라(시민토론)에서 시민들은 헤테로토피아가 사라지고 있는 춘천에 대해서 염려했다. 또 새로운 헤테로토피아가 될 수 있는 춘천의 자원에 대해서도 활발한 대화를 이어가며 서로의 헤테로토피아를 공유하는 상상을 했다. 이로써 ‘이면도시’ 1강 ‘도시와 헤테로토피아’는 헤테로토피아를 키워드로 도시 춘천의 지속가능성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흥미로운 시간이 됐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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