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일베들의 시대 / 김학준 지음 / 오월의봄 펴냄 

“회사원 아들이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 받고 최고의 학교를 다니고 나중에(젊은 나이에) 제1야당 당대표까지 할 수 있으면 그게 공정” 

이대남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국민의 힘 당대표에 오른 이준석이 올 초에 했던 인터뷰의 발언이다. 평범 내러티브를 내용으로 가지며, ‘내로남불’과 냉소를 위시한 공격이라는 형식을 갖추고 능력주의라는 강력한 이데올로기를 구현하는 현란한 그의 정치행보는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우리 세력에는 왜 이런 젊은 정치인이 부재하는지에 대한 적지 않은 부러움과 당혹감을 선사했다. 

이 책은 저자 김학준이 2014년,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 저장소에서 나타나는 혐오와 열광의 감정동학]이란 논문 발표 후 8년이 지나 더 이상 과거의 ‘위광’을 잃어버린 일베의 후예들이 어떻게 ‘20대 남자’라는 이름의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는지, 농담의 탈을 쓴 혐오의 근원과 ‘정의’, ‘능력’, ‘표현의 자유’와 같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오용, 왜곡하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책이다.

초기 사이버 공론장엔 언제나 ‘깨어있는 진보와 동원된 보수’라는 구도가 존재했던바, 그들은 단지 소수의 ‘악플러’ 혹은 ‘알바’로, ‘무식한 노인들’로 타자화되었다. 그러나 세력화된 일베의 존재는 보수 또는 극우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이 실존한다는 놀라움, 실존하는 보수주의자들이 심지어 젊다는 반전, 그들의 행동이 자발적이라는 데서 오는 당혹, 정의와 공정 같은 민주적 가치로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데 대한 분노, 급기야 세월호 폭식사건과 5.18 홍어 논란까지 이어지는 패륜적 사건들로 이어지는 광폭 행보에 곤혹감을 감출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불안이 분노로 외사화(extrojected) 될 때 저항 행위를 할 수 있는 반면, 수치심이나 무력감 등으로 내사화(introjected) 할 때는 순응이라는 행위 전략을 선택한다. 공포라는 부정적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순응과 노력의 이름으로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것이다. 

내 삶이 더 이상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의 부재 위에 능력주의와 자기계발은 이종교배 된다. 정확히 대한민국 20대 남자들의 처지다. 새로운 도덕의 단초는 능력주의가 아니라 각자의 방법으로 평범해지는 다변화에 있다. ‘이찍남’이란 표현을 자제했으면 한다. 촉법소년 연령을 12세로 낮추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류재량(광장서적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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