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사회혁신센터 ‘2021 소소한 동네연구-강원’
온라인 설문조사·심층인터뷰·축구원데이클레스 등
시설확충·여성코치 등 인프라 구축, 고정관념 탈피 절실

춘천사회혁신센터의 시민연구 활성화 사업 ‘2021 소소한 동네연구-강원’이 마무리됐다. 소소한 동네연구 사업은 시민이 지역의 연구자가 되어 지역의 문제를 발굴·연구해서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사업이다. ‘2021 소소한 동네연구-강원’에는 강원지역 시민연구자 20개 팀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연구를 진행하고 최근 결과공유회를 마쳤다. 이에 춘천지역 7개 팀의 연구 결과를 매주 하나씩 소개한다.편집자 주

〈동네에서 축구하는 여자들〉은 춘천사회혁신센터의 ‘2021 소소한 동네연구-강원’의 하나로, “축구를 경험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으면 더 많은 여성들이 지역에서 축구를 즐기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며 시작했다.

정윤경 씨는 지역에서 여성 축구 활성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사진은 달빛여자축구단의 훈련모습

이들은 여성이 축구를 좋아한다고 하면 특별하게 생각하거나, 남들과 다르다고 여기는 성별 고정관념을 깨고 ‘축구를 좋아하는 특별한 여자’가 아니라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축구는 정말 재미있고 매력적인 스포츠라는 것을 알리고, 지역에서 여성축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을 연구의 목적으로 삼았다. 연구내용은 축구팀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 축구를 경험한 여성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2022.3.15.~3.28) △심층인터뷰(10명) △축구원데이클레스 진행(2022.4.14.) 등으로 진행됐다.

춘천여성민우회, 달빛여자축구단 단원으로 활동하는 정윤경 씨는 “여성이 축구를 하러 오기까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다른 운동은 스포츠클럽이 열려 있으니까 돈을 내고 등록하거나 문화센터를 통해 참여할 수 있는데 여자축구는 거의 없다”며 “또한, 춘천시에서 운영하는 스포츠클럽에 축구를 모집해서 가 봐도 여성 신청자가 1~2명 밖에 없어서 등록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 축구를 좋아했지만 초등학교 이후로는 하지 못하게 됐다는 이야기 등을 들으면서 축구를 여성이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를 여성이 한다는 것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과 편견이 심하다는 걸 느끼게 됐다. 그래서 한번 이런 것들에 대해 조사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축구하고 있는 여성 45명에게 온라인 설문조사 진행해

축구팀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 축구를 경험한 여성을 대상으로 올해 3월 15일부터 28일까지 총 45명에게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과거에 축구에 대한 경험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과거에는 축구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가 23.9%로 가장 많았으며, ‘초등학교 때 축구를 해본 경험이 있다’와 ‘축구 빼고 다른 스포츠는 여러 가지 해봤었다’ 둘 다 17.4%, ‘중고등학교 때 축구를 해본 경험이 있다’(10.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축구를 시작하지 못했던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주변에 함께 할 사람이 없어서’가 45.7%로 가장 많았으며, ‘지역에 여성축구팀이 없어서’(30.4%), ‘하고 싶은데 막상 용기가 안 나서’(28.3%), ‘시간이 없어서(평일, 주말 등 원하는 시간대가 안 맞아서)’(21.7%) 등의 순이었다. 

축구를 계속하게 되는 이유로는 ‘일상의 활력소가 되어서’(56.5%), ‘팀플레이의 즐거움’(54.3%)이 가장 많이 나타나 축구라는 스포츠를 함으로써 몸이 건강해지는 것도 있지만, 일상의 활력소가 되고 무엇보다 여성이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팀플레이 스포츠를 통해 연대감을 느낀다는 답이 많이 나왔다.

축구를 하기 전 축구에 대한 고정관념 여부를 묻는 질문에 ‘특별한 고정관념은 없었다’고 답한 비율이 34.8%, ‘축구는 부상의 위험이 크다’가 26.1%, ‘축구는 보고 즐기는 것이지 직접하기는 어려운 것이다’가 21.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만약에 즐겨하던 축구를 그만두게 된다면 어떤 이유인지 묻는 질문에는 ‘하고 싶으나 시간이 없어서’가 41.3%로 가장 높아 체력이나 비용의 문제보다는 여성축구가 활성화되지 못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시간대가 없다는 것이 축구를 지속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함께 할 사람이 없다는 것도 축구를 선택하는 데 제약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를 즐기는 여성들은 축구를 하면서 느끼는 애로점으로 축구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을 가진 주변인들에 대한 불편함보다는 축구장 시설의 부족, 축구를 함께 할 사람들을 찾는 것에 대한 어려움, 여성축구를 배울 수 있는 시간대가 다양하지 않은 것, 여성코치의 부재 등 축구 인프라의 부족을 더 많은 이유로 꼽았다.

10명에게 심층인터뷰

심층인터뷰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분들 중 참여의사를 밝힌 분들을 대상으로 춘천과 원주로 나누어 총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축구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에 대한 경험, 축구를 계속하게 된 원동력, 축구를 한 후의 변화, 주변 사람들의 반응, 축구를 하면서 애로점, 지자체 체육 관련 관계자들에게 건의하고 싶은 것들 등 설문조사한 내용에 대해 심화해서 물어봤으며, 축구와 관련한 개인적인 에피소드, 축구와 관련한 앞으로의 목표 등 추가적인 질문을 던졌다.

특히 축구를 하기 전과 후 각자에게 변화된 것들이 있는지 물어보는 질문에 안 모 씨는 “축구를 하기 전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막상 축구를 시작하니 나도 할 수 있고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축구를 하게 된 게 기뻤다”고 말했다. 정 모 씨는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두려움이 많이 없어졌다. ‘내가 축구도 하는데 뭐 이것도 하면 되지’ 이런 기분으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주변에서도 축구를 한다면 달리 본다. 긍정적, 부정적 반응 둘 다 있다. 앞으로 여성들의 축구가 일상화돼서 축구가 특별한 것이 아닌 것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군 체육회나 체육 관련 관계자에 건의하고 싶은 내용으로 안 모 씨는 “여성 교육자(코치) 지원을 많이 해주었으면 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 모 씨는 “여성 전용 축구장이 있어서 언제든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축구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으며, 손 모 씨는 “여자축구 활성화 차원으로도 강원도 여성축구대회를 열면 좋겠다. 3·8 세계 여성의 날에 강원도 여자축구대회를 열면 멋질 것 같다”고 대답했다.

‘동네에서 축구하는 여자들’의 주요 연구결과는?

‘동네에서 축구하는 여자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모아진 구체적인 요구가 향후 체육 관계자들에게 여성체육의 정책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무엇보다 일시적인 해결책이 아닌 중장기 계획으로 여성축구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축구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외적 인프라뿐만 아니라 축구를 하는 여성을 성별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지고 특별하게 보지 않는 인식의 전환도 중요하다.

지역에서 많은 여성들이 스포츠와 축구에 관심이 많고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성과였지만, 연구의 한계로는 단기간에 이루어진 연구로 이번 연구에 담지 못한 강원도 타 지역의 축구하는 여자들을 만나보지 못한 것을 꼽았다. 후속 작업으로 강원도 내 여성축구의 역사를 조명하고 각 시도별 여성축구단을 아카이빙하는 것이 앞으로 강원도 여성축구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데이터가 될 것이라 밝혔다.

연구를 바탕으로 제언하고자 하는 내용은 △공간, 프로그램 등 여성축구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 △여성들의 팀 스포츠 문화가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도록 장기적인 대안 마련 필요 등이다.

장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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