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시인)

우리 동네 공원 앞에 가끔씩 청년들이 모여 서 있으면 십중팔구 다단계 아니면 신천지 신자라고 한다. 육개장집 아주머니께서 가르쳐 주셨다. 가까운 곳에 신천지 신자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까 대구에서 신천지발 코로나 환자 폭증 사태 때 좌표가 발표되기도 했었다. 내가 낮술 마시러 간장게장집 가는 길 좌측 2층이었다.

나는 신천지의 교리가 어떤 것인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텔레비전 탐사프로 같은 데서나 그들을 보았다. 늙은 교주가 있고 광신도들이 있다고, 신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들었다. 신천지에 빠져서 가출한 자녀를 찾는 부모들 모습도 보았고, 기성 교회마다 그들을 경계하고 증오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신천지 신자들이 무슨 첩보영화 스파이 같은 식으로 교회에 잠입해서 그들의 굳건했던 형제자매들을 빼내간다는 이야기, 그들이 침투하면 교회 조직이 뿌리째 흔들린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건 좀 흥미롭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교파가 기성 교회의 금강석 같은 질서를 교란하고 균열케 할 수 있다니.

신천지를 사이비라 하고 이단이라고 한다는데, 나는 또한 그런 것조차 심드렁하게 들린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예수님도 처음엔 다 사이비이고 이단이었던 거 아닌가. 사이비가 아니라 ‘신흥종교’가 있을 뿐이라고 우리 지도교수님께서는 언제나 힘주어 말씀하셨다. 나는 영민한 제자답게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수난을 부른다.

민주당 비대위원장이었던 박지현 님에 대해서 나는 별로 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다. 그가 n번방인지 뭔지에 관계가 있는 청년이라는 것 정도가 이해의 전부일 정도다. 다만, 그가 지난 대선과 지선 과정에서 발휘했던 사과촉구주의자, 반성촉구주의자, 자해복음주의자, 분열촉진주의자, 민생참칭주의자, 나만빼고주의자로서의 면모에 대해선 고통스럽고 쓸쓸하게 지켜본 적이 있다. 대선도 지고 지선도 졌다.

박지현 님에게선 신선하게도! 신천지의 냄새가 난다. 신천지 신자라는 뜻이 아니라 신천지 신자가 기성 교회에 잠입해서 그들의 기존 질서를 흔들고 금가게 하고 마침내 붕괴에까지 이르게 하는 전술 전략의 스멜이 짙게 느껴진다. 진짜 신앙을 숨겨두고, 진짜 교주를 배후에 두고 열혈 신자처럼 군다는 신천지 신자의 스멜.

그의 ‘신앙’이 성공할지 어떨지 나는 모르겠다. 다만 박지현 님의 입장으로 인해 민주당이라는 기성 교회는 이미 상당한 손상을 입었고 대중적으로 쪽팔리게 되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한 것 같다. 우왕좌왕하는 꼴이 좀 더 오래 노출될수록 박지현 님의 신앙은 나름의 은혜에 가까이 다가서겠고 민주당은 에굽 쪽으로 밀려날 테다. 

사족 : 나는 민주당 지지자는 아니지만, 민주당에는 내가 신뢰하는 분들이 몇 분 계시다. 늘 안타깝고 슬프다. 시바,

류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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