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도시’ 3강, 여행을 키워드로 도시와 삶 고민
26일까지 매주 화요일 19시, 몸짓극장 & 열린숲

“인간은 도시에서 감응적 공간을 찾으려는 본능이 있다. 하지만 사회는 ‘정신 차려! 일해야지!’, ‘공부 안 해?’라며 이런 본능을 차단한다. 내가 주인이 되는 장소가 많아질수록 도시는 좋은 삶의 공간이 된다.”

지난 12일 축제극장 아르숲 생활문화센터 ‘열린숲’에서 열린 문화도시 조성사업 ‘2022 도시전환문화학교’ ‘이면도시’ 제3강, 도시와 여행 ‘도시와 여행으로의 초대’에서 백용성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글쓰기 객원교수가 강조한 말이다. 강연은 도시(현재)를 떠나는 이유와 떠남(여행)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며 개인이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떻게 떠남과 돌아옴의 리듬을 만들지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면도시’ 3강에서 시민들은 떠남(여행)을 키워드로 도시와 삶을 고민했다.

도시는 몸에 잘 맞는 옷처럼 친숙함을 제공하지만,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낯섦과 떠남(여행)의 유혹을 제공한다. 인간은 도시에서 감응 공간 혹은 감응 세계를 찾으려는 본능이 있다. 하지만 중앙집중화된 권위적인 도시는 ‘공부냐 놀이냐’, ‘직업이냐 삶의 질이냐’, ‘자유냐 죽음이냐’, ‘정신 차리고 일해야지’ 등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하고 명령하며 인간의 본능을 차단한다. 

백교수는 떠남(여행)의 다양한 이미지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 〈자브리스키포인트〉(1970)와 현대 무용가 안은미의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등을 소개했다. 전자는 학내 소요로 경찰에 쫓기는 한 청년이 사막에서 겪는 기이한 사랑과 파국을 통해 1968년 전후 청년들의 반자본주의적 저항을 담았다. 후자는 진짜 춤이 무엇인지 답을 찾기 위해 전국 곳곳을 다니며 할머니들의 막춤을 카메라에 담은 후, 그들과 현실의 무대에서 공연을 펼쳐 유럽 각지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불러온 작품이다.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상생활을 벗어나 새로운 영역 혹은 공간에서 행복이 절정 단계에 도달했을 때 인간은 이른바 ‘리미노이드(liminoid)’라는 감정 상태를 맞이한다. 집을 떠나 여행을 하는 시간, 일터에서 벗어나 여가를 즐기는 시간 등이다. 결말은 다르지만, 영화 속 커플과 무용가도 그러한 감정 상태에 도달했다. 인간은 ‘리미노이드(liminoid)’ 없이 살 수 없다. 그런 상황속에 놓인 인간들은 자유·평등·동료애·동질성 등으로 결속된 관계망 ‘코뮤니타스(communitas)’를 형성한다. 

하지만 전자의 감응 공간은 사막에 머물며 파국으로 끝났지만, 후자의 감응 공간은 할머니들의 삶의 터전에서 도시의 실제 무대로 이어졌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것이냐 저것이냐 선택의 강요에서 벗어나 어디를 가든 자기에 의한 자기 감응과 자기 향유로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사유의 전환이 필요하다. 능동태와 수동태적 세계가 빚어내는 가해와 피해, 지배와 피지배를 벗어난 중동태(中動態)적 사유이다. 백 교수는 “작든 크든 내가 발견하고 주인이 되는 장소가 많아질수록 도시는 좋은 삶의 공간이 된다. 각자가 중동태적 사유로 전환할 때 좋은 삶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런 안목은 문화와 예술로 기를 수 있다.

감응 공간 혹은 감응 세계는 도시 안팎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예술가들이 전시회를 통해 구현하기도 하고 시민의 노력으로 구현해낼 수도 있다. 

강연 후 문화도시 시민협의체 봄바람 안윤희 운영위원이 ‘도시를 떠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시민토론을 이어갔다. 시민 A 씨는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떠올랐다. 델마와 루이스는 가부장적인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여행을 떠나지만, 사건에 휘말리고 경찰에 쫓기다 절벽으로 질주하며 죽음을 택한다. 그들이 여행을 떠날 때 이미 파국은 예견됐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원하는 세상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이상향은 존재하지 않기에 궁극의 당도는 불가능하다. 도시를 왜 떠나냐고? 하지만 농촌을 떠나는 사람도 많다. 결국, 이 시대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노마드(유랑자)가 되어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때론 느슨하게 연대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완벽한 곳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시민들은 춘천이 줄 수 없는 또는 춘천에서 얻을 수 없는 재충전과 깨달음, 경제적 이유 등 다양한 ‘떠남’의 이유를 공유하며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리고 도시의 감응적 공간을 어떻게 찾고 가꿔갈지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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