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10일 국내 유일 야외 블루스 축제 입지 다져
“춘천을 대표하는 공연 축제로 이어가길” 이구동성 응원

“블루스가 어렵고 우울하고 끈적끈적한 음악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말 신나고 흥겨운 음악이네요. 춘천에서 열린 음악공연에서 춘천사람들이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머리 위로 손뼉을 치며 춤추고 펄쩍펄쩍 뛰는 모습도 처음 봤어요.” 

페스티벌에서 만난 한 여성 관객(28·퇴계동)이 공연의 열기에 잔뜩 상기되어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의 목소리는 연주와 환호에 묻혀 계속 들을 수 없을 만큼 페스티벌의 열기는 폭발적이었다. ‘2022 CC블루스 페스티벌’이 야외에서 열리는 국내 유일의 정통블루스 축제로 입지를 다지며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지난 8~10일 모든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관객들은 CC블루스 페스티벌이, 춘천의 대표적 야외 음악 축제가 되리라 기대감을 드러냈다.

페스티벌 주제이기도 한 ‘골든아워(노을로 붉게 물든 시간)’가 되자, 한국을 대표하는 블루스 아티스트들의 기타와 목소리가 삶의 희로애락을 흐느끼듯 울부짖거나 신명을 내며 호반의 하늘과 관객의 마음을 뜨겁게 달궜다. 관객들은 비비킹, 프레디킹, 에릭클랩튼, 머디워터스 등 블루스 명인들의 곡부터 한국적 블루스곡까지 익숙하면 익숙한 대로 낯설면 낯선 대로 몸을 흔들고 펄쩍펄쩍 뛰며 일상의 시름을 날렸다.

8일 첫날, 한국 블루스의 거장 김목경이 〈플레이 더 블루스〉, 〈약속없는 외출〉 등을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기타 연주로 들려주며 페스티벌의 포문을 열었다. 김목경은 “유서 깊은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 한국 음악발전에 큰 역할을 하는 페스티벌이 춘천에 있다는 점에 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길 바란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기타리스트들의 기타리스트 ‘이경천 밴드’, ‘소울트레인’, ‘최항석과 부기몬스터’ 등도 블루스 세계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둘째 날에는 ‘로다운30’, ‘LAKHAN Band’, ‘김대승 블루스 밴드’ 등이 포문을 열었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한풀 꺾일 무렵 일렉트릭 블루스의 대가 찰리정과 보컬리스트 박재홍 그리고 웅산이 블루스의 깊은 소울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찰리정의 신들린 기타연주와 박재홍의 소울 가득한 보컬이 공연장 뒷산 너머까지 쩌렁쩌렁 울려 퍼지자 블루스의 참맛에 취한 관객들은 탄성을 질렀다. 이어서 등장한 웅산은 화려하고 여유로운 무대 매너로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관객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치고 몸을 흔들며 블루스 리듬에 몸을 맡겼다. 웅산은 “오늘 우리 이 자리에 모여 우리의 블루스를, 여러분의 블루스를 이야기해요. 춘천 밤하늘의 블루스를 잊지 말아요”라며 블루스를 향한 간절한 마음을 노래에 실어 관객들에게 전했다. 

이어서 한국 펑크 블루스의 대부 한상원 밴드의 연주와 노래가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폭주 기관차처럼 휘몰아치자 관객은 자리에 앉을 생각을 잊고 온몸으로 화답했다. 이날 찰리정, 한상원, CR태규, 윤병주, 김대승 등 한국 기타의 대가들은 잼(JAM) 공연을 펼치며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대가들은 자신의 솜씨를 뽐내거나 동료를 돋보이게 조력하며 관객에게 블루스의 정수를 선물했다. 

10일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에는 신진 기타리스트들의 ‘블루스 기타 경연대회’가 열렸다. 예선을 거쳐 올라온 15명이 참가, 이기혁(28·울산) 씨가 대상(상금 300만 원)을 차지했다. 이어 최우수상(상금 150만 원)은 유용재(27·파주), 우수상(상금 50만 원)은 김정민(21·화성) 씨에게 돌아갔다. 이 씨는 찰리정 블루스밴드와 합동무대를 가졌다. 

관객과 아티스트들은 이구동성으로 “야외에서 진행되는 국내 유일의 정통블루스 축제로 입지를 다졌다”라고 페스티벌을 평가했다. 경남 거제에서 8시간 걸려 방문한 윤하은(29) 씨는 “블루스를 정말 좋아해서 소식을 듣자마자 예매했다. 조선소 설계부서에서 일하며 블루스를 노동요로 듣는다. 페스티벌이 계속 이어져 블루스를 잘 모르는 청년 세대들이 정통 노동요인 블루스의 매력을 알게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원주에서 온 매기(미국) 씨는 “정말 재밌는 페스티벌이다. 블루스라는 음악 아래 국가, 인종 구별 없이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성민(40·후평동) 씨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도 자주 갔었는데 그에 뒤지지 않는 춘천만의 새로운 음악 페스티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티스트들은 페스티벌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드러냈다. ‘로다운30’의 윤병주 기타리스트는 “서울에서도 이런 축제를 열기 어렵다. 계속 이어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LAKHAN Band’의 보컬 및 기타리스트 정재호 씨는 “이렇게 큰 무대는 처음이다. 관객들에게 큰 응원을 받아 블루스를 계속할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웅산은 “이렇게 멋진 페스티벌을 준비해준 스태프들에게 정말 감사드리고 블루스를 이렇게 즐기고 있는 관객 여러분이 정말 아름답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내년에도 계속되려면 관객과 춘천시민 여러분의 많은 사랑과 지지가 필요하다. 블루스는 계속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찰리정은 “한국에 이런 블루스 페스티벌이 있다는 게 든든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대승 기타리스트는 “아티스트들을 대하는 스태프들의 태도가 어느 페스티벌에서도 볼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좋은 공연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최정오 CC블루스페스티벌조직위 대표는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르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인간의 원초적 감성에 기반한 블루스를 한 번이라도 접하면 매력에 빠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관객과 아티스트들에게 감사드린다. 한국을 대표하고 춘천을 대표하는 야외 공연 축제로 자리 잡을 계기를 마련한 만큼 조직위도 사명감을 가지고 페스티벌을 이어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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